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공지능(AI) 분야 세계적 석학을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 AI 등 미국 기업들이 선점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1980년만 해도 ‘넘사벽’이었던 소니와 파나소닉을 결국 뛰어넘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6일 이 부회장이 서울시내 모처에서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프린스턴대 교수 등과 만나 미래 AI산업 발전 방향과 삼성전자 AI 전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생각의 한계를 허물고 미래를 선점하자”고 말했다.
벤지오 교수는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 얀 러쿤 뉴욕대 교수,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 등과 함께 AI ‘4대 구루(Guru·권위자)’로 꼽힌다. 지난해 컴퓨터 과학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힌튼, 러쿤 교수와 공동 수상했다. 그는 4~5일 열린 삼성 AI 포럼에서 연사로 나서서 딥러닝을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 AI 랩을 설립, 벤지오 교수와 함께 영상·음성 인식, 자율주행 등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승 교수는 작년부터 삼성리서치 CRS(Chief Research Scientist)를 겸직하며 삼성 AI 전략 수립과 선행연구에 대한 자문에 응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경영 재개 이후 유럽, 북미 등으로 출장 다니며 AI 분야 글로벌 석학들과 만나 최신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는 한편 핵심 인재 영입에도 직접 나서는 등 AI 사업을 적극 이끌어가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용 반도체, 바이오와 함께 AI를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선정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I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7월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나 AI 전략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AI, 5G, 전장용 반도체, 시스템반도체는 이제 본격적인 기술 경쟁이 시작된 분야이거나 삼성전자가 아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분야다. 이 부회장은 기존 사업 분야를 넘어 새로운 분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4차 산업혁명 전환기를 맞아 미국 기업들의 독무대로 여겨졌던 분야에 과감히 진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한국 미국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 5개국에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설립했으며, 글로벌 석학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