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 안 좋은데 분양가 상한제 꼭 해야 하나

입력 2019-11-07 04:05
국토교통부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중심으로 서울 지역 총 27개 동(洞)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했다. 2015년 4월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가 4년7개월 만에 부활했다. 국토부는 동별로 대상 지역을 나누는 ‘핀셋 지정’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높였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규제망을 피한 서울 강남 기타 지역과 목동, 경기도 과천 등으로 수요가 이동해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주로 강남·서초구 등의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이번 조치로 일시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일반 아파트를 포함한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후분양 등을 통해 정부의 분양가 관리를 회피하는 단지가 확인되면 상한제 적용 지역을 추가 지정하고, 시장 불안 움직임이 있으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투기 수요에 의해 최근 서울 집값이 오른다고 보는 건 단편적인 인식이다. 서울시내에 있는 양질의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은 여러 통계와 현장 분위기로 확인된다. 이에 반해 공급은 크게 부족하다. 실수요와 공급의 차이에서 오는 가격 상승을 가격 규제로 막을 순 없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공급이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에 있는 아파트가 강남 지역 수요를 대체하지는 못한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를 타깃으로 한 이번 조치는 결국 공급 부족을 더 심화시켜 가격 폭등을 부를 것이다.

경제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이번 조치는 문제가 있다. 소비와 투자, 수출 등 성장엔진이 빠르게 식으면서 경기는 재정 투입으로 겨우 유지되는 형편이다. 이런 때에 일자리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설 경기를 냉각시키는 조치를 시행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내외 거시경제 상황을 볼 때 자연스러운 가격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다 보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단기적 가격 안정화를 위해 무리하게 분양가상한제를 밀어붙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