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 포천은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퓨처 50’을 선정해 발표한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이 큰 50개 기업을 추려내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지난해 퓨처 50에 네이버,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포함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대다수가 미래 가치를 기준으로 작성하는 이 명단에서 배제됐다. 삼성전자가 탈락했던 그 리스트의 올해 개정판이 최근 발표됐는데, 이번엔 한국 기업이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개 매체의 평가로 치부하기에는 명단에 오른 경쟁 기업들의 이름이 심상찮다. 워크데이 스퀘어 서비스나우 등 떠오르는 미국 기업이 1~3위를 차지했고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미국과 중국의 기존 공룡 기업도 자리를 지켰거나 새로 진입했다. 이 리스트의 특징은 해마다 절반 가까이가 전년도에 없던 기업으로 채워진다는 데 있다. 그만큼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그에 따라 기업의 미래 가치도 가변적이다. 이런 흐름에 제대로 올라 탄 한국 기업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력 산업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미래 산업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암울함이 다시 확인됐다.
기업 생태계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완고한 서열 구조는 개천에서 용 나는 기업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조밀한 규제에 가로막혀 대기업조차 움직일 공간이 많지 않은 게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뭔가 해보려 달려들고 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규제 장벽을 넘지 못해 좌절하지만 그만큼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 생겨난다. 현대자동차 같은 공룡 기업도 닥쳐오는 변화를 감지하고 사업 분야부터 체질까지 다 바꾸겠다고 나서고 있다. 포천 리스트를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기업이 거의 점령한 사실은 기업 경쟁력이 기업을 넘어 그 나라와 사회의 경쟁력임을 말해준다. 한국 기업의 미래 경쟁력도 변화를 맞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좌우할 것이다. 기업의 영역을 넘어서는 제반 여건을 정부와 국회와 각종 이해당사자들이 어떻게 조성해 가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경제 5단체가 입을 모아 “경제 법안 처리”를 호소해야 하는 형편이라면 그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사설] 한국 기업의 미래 잠재력 억누르는 걸림돌 치워야
입력 2019-11-07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