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가 냉동 간편식 팔고 로봇 이용 커피 제조까지

입력 2019-11-07 21:05 수정 2019-11-07 22:48
모델들이 1인 가구 공유 주택 ‘미스터홈즈’ 강남 라운지에서 ‘출출박스 스마트 쇼케이스’를 통해 구입한 음식을 먹고 있다. 풀무원은 오피스텔, 기숙사, 연수원 등의 장소에 출출박스를 집중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풀무원 제공

믹스커피나 캔 음료를 판매하던 자판기가 정보통신(IT) 기술과 결합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자판기는 과거에도 취급 품목을 늘려가며 변화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를 이용해 상품을 만들고 상품구성을 직접 정하는 등 질적인 성장도 거듭하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5월 냉장·냉동 간편식으로 구성된 스마트 자판기 출출박스를 출시했다. 출출박스의 장점은 과일, 샐러드, 유제품, 식사 대용 간편식 등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을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풀무원은 서울 도봉구 키즈카페 디아망 강북 본점에 출출박스 2대를 입점해 서비스를 정식으로 출범했다. 아이들이 즐겨먹는 오가닉 아이주스, 유기농밀키롤, 아이러브요거트 등의 간식부터 촉촉란, 돈코츠라멘 등 어른용 식사 대용식도 포함됐다.

이처럼 사람도 관리하기 힘든 신선식품을 자판기가 관리할 수 있게 된 비결은 사물인터넷(IOT)이다. 관리자가 IOT기술과 접목된 스마트폰 앱으로 유통기한을 실시간 점검하고 재고, 배송, 적재 등의 모든 과정을 통제할 수 있다. 구매자도 앱을 실행해 자주 이용하는 곳으로 등록한 자판기의 실시간 재고 현황과 구매 이력을 확인해 포인트로 결제하고 적립할 수 있다. 일단 자판기를 설치해놓으면 동전을 수거하거나 새 제품을 채워놓을 때까지 방치되던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풀무원은 지난달에는 이러한 기능을 쇼케이스에 이식한 출출박스 2.0도 출시했다. 쇼케이스는 냉장·냉동이 필요한 판매하기 위해 진열해 둔 장치다. 출출박스는 쇼케이스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상온, 냉장 간식뿐만 아니라 식사대용인 냉동 간편식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풀무원은 이런 특성을 간식 대량 구매, 도시락 선주문 수령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회사, 오피스텔, 기숙사, 연수원 등 회원제로 운영되는 공간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풀무원이 IOT 자판기에 주목한 것은 비대면 무인화 서비스가 확대되는 경향과 관련이 있다. IOT 자판기 기술이 정착되면 판매 직원 고용이나 매장 운영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반면 제품 판매는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이점이 1인 가구 생활자들의 선호와 맞아 떨어졌다. 풀무원은 1인 가구 공유주택인 ‘미스터홈즈’에서 시범사업을 벌였고, 곧 문을 여는 강남 라운지 공유키친에도 입점하기로 했다.

커피 자판기는 더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자판기가 기계식 장치로 종이컵에 설탕 등을 단순 배합하던 시절은 일찌감치 지났다. 재료 배합을 로봇이 담당하더니 최근에는 아에 핸드드립 커피를 만드는 로봇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로봇 바리스타는 자판기가 로봇으로 발전하는 과도기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커피업체 달콤커피는 바리스타 로봇 ‘비트’를 40여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원두 특성에 따라 물줄기의 강도와 양을 조절하며 세밀하게 커피를 만들어 가격과 성능을 모두 중시하는 대학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