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 정보위원회가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위 특성상 비공개 회의 결과가 여야 간사들의 입을 통해서만 전달되는데, 최근 들어 브리핑 후에 ‘정정’과 ‘해명’ ‘부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이 간사들을 통해 왜곡 전달되면서 국민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진행된 국정감사도 마찬가지다.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의 브리핑 직후 ‘12월 북·미 정상회담이 정해졌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예정에 없던 추가 브리핑을 통해 “합리적인 추론일 뿐 서훈 국정원장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고 기존 브리핑을 뒤집었다.
지난 9월 24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도 이은재 의원이 “국정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가 정정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지난 6월 25일에는 이혜훈 위원장이 국정원 보고를 받은 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지도자급’이라고 표현했다가 당일 저녁 표현에 오해가 있었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해명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회의가 생중계되기도 하는 다른 상임위들과 달리 기밀도 포함된 민감한 국정원 보고 중 일부를 말로 풀어 언론에 전달해야 하는 정보위 속성 때문이다. 특히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 정보위 관계자는 5일 “국정원이 사전에 언론 브리핑이 가능한 내용을 정리해 가져오면, 여야 간사가 협의를 통해 추가할 건 추가한다”며 “즉 브리핑 모두발언이 국정원이 제시한 일종의 가이드라인 내에서 정제된 것이라면 질의응답은 즉석에서 답변을 추가하는 것이어서 혼선이 빚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보위원 개개인의 ‘사견’과 보고받은 ‘사실’이 뒤섞일 때 문제가 발생한다. 정보위에서는 정보기관이 어떻게 답변했는지가 제일 중요한데, 이를 의원들이 옮기는 과정에서 발언 의도가 변질되는 것이다. 정보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오보는 미묘한 뉘앙스 차이인 경우가 많지만 핵심 국가안보 현안은 미묘한 차이도 큰 차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리핑 과정에 여야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때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지난해 10월 국정원 국정감사 당시 이은재 의원이 “서훈 국정원장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핀잔했다는 내용에 대해 강력하게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지만, 김민기 의원은 “조치 관련 부분은 없었다”고 정정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여야 간사가 브리핑을 함께 진행하는 이유도 ‘크로스 체킹’을 실시간 가능케 하기 위함이다.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사안을 부풀리거나 축소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보위에서 ‘번복’이 잦은 또 다른 이유는 간사뿐 아니라 정보위원장도 브리핑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위원장은 간사 브리핑 내용에 기본적인 팩트가 틀린 게 있어 이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보위 관계자는 “간사 브리핑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간사를 통해 정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보위와 정보위 피감기관은 이런 지적들에 공감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 더 고민이라고 한다. 민주당 정보위 관계자는 “브리핑 과정에 고민이 많지만 지금으로서는 공개 범위에 대해 사전 협의를 철저히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애초에 정보기관의 보고를 여야 간사가 공개 브리핑하는 관행은 다른 선진 국가에서는 보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