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또… 美 법원에 中 하이센스의 TV 특허침해 소송

입력 2019-11-06 04:04
‘CES 2019’의 하이센스 전시관. 연합뉴스

최근 유럽 가전업체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LG전자가 이번에는 중국업체에 대해 소송을 냈다. 국내외 경쟁사를 대상으로 한 LG 계열사의 잇단 특허소송과 관련해 ‘자사 기술 지키기’ ‘실적 악화에 따른 경쟁사 견제 조치’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편에선 특허소송 자체는 원칙에 따른 문제제기이고 ‘글로벌 트렌드’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LG전자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지방법원에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의 중국·미국 법인을 상대로 TV 관련 특허침해 금지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5일 밝혔다. 하이센스는 올 상반기 세계 TV 시장에서 점유율 4위를 차지했고, 미국 시장에서도 TV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하이센스 TV 제품 대부분이 LG전자가 보유한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선을 위한 기술과 무선랜(Wi-Fi) 기반으로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여주는 기술 등 사용자에게 편리한 TV 환경을 구현하는 기술과 관련한 특허들이다.

LG전자 측은 “올해 초 하이센스에 경고장을 보내 해당 특허 침해 중지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거듭 요청했지만 하이센스가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LG 계열사들은 잇달아 국내외에서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9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 전지사업 미국법인을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달 LG전자는 독일 뮌헨지방법원에 유럽 가전업체인 아르첼릭, 베코, 그룬디히를 상대로 냉장고 관련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냈다.

LG 측은 자사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선택이며 글로벌 기업 간에 특허소송은 빈번하게 이뤄지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에 대해 전생규 LG전자 특허센터장 부사장은 “LG전자는 지적재산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자사 특허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새롭게 LG를 이끌면서 LG의 전략이 재편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 분쟁을 피해왔던 LG가 전략을 바꾼 것은 구 회장 취임 후 바뀐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 같다”고 전했다.

구 회장이 전격적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 3M에서 20여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에서 특허소송 등 법적 분쟁이 익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계열사의 글로벌 시장 입지를 다지기 위해 경쟁사를 견제하려는 조치로도 해석된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LG전자는 삼성전자 점유율의 절반에 그치는 16.5%를 차지하고 있어 2위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센스나 TCL 등 중국 업체들이 추격해오자 견제에 들어간 것으로도 추측된다.

실제 경쟁사 견제는 국내 시장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LG전자는 9월 삼성전자의 ‘QLED TV’ 광고가 허위·과장이라며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삼성전자 측은 “소모적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소비자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