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캐리 람 만나 “재신임”… 홍콩 통제 전면 강화 나선다

입력 2019-11-06 04:06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4일 상하이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국제수입박람회 참석차 상하이에 온 람 장관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하며 일각에서 제기되던 교체설을 일축했다. 두 사람이 공식 회동을 가진 것은 지난 6월 송환법 반대 시위가 불거진 이후 처음이다. 신화연합뉴스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이 법체계를 보완해 홍콩 통제를 전면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향후 홍콩 사태에 직접 개입해 무력 진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5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31일 끝난 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이런 결정을 했다며 전문을 공개했다. 전문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와 관련해 한 국가가 두 체제의 기본 전제라면서 중국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홍콩과 마카오 특구에서 일국양제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특구의 헌법과 기본법 시행과 관련된 제도와 체계를 보완하기로 했다.

특히 ‘애국자’를 중심으로 자치할 수 있도록 법적인 정비를 마련하기로 했다. 특구 행정장관이 중앙정부에 책임을 지는 제도를 완비하기로 해 향후 홍콩 사태에 대해 중앙정부가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장관 외에 주요 관료에 대한 중앙정부의 임면 제도와 체계도 완비하기로 했는데, 조만간 시위대에 온정적인 홍콩 공무원들의 숙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이날 전문에서 중앙정부가 헌법과 기본법에 따라 특구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를 행사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홍콩, 마카오 동포들의 애국정신 강화와 외부 세력의 개입 및 분열, 파괴 활동을 막기 위한 자구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평화 통일 프로세스를 확고히 추진하기로 했으며, 국제 문제에서 무력 개입을 반대하고 방어적인 국방 정책을 견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 지도 체제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뒤 시진핑 국가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 중앙에 집중된 조직의 권위에 절대적인 복종을 강조했다. 국가 안전 체계도 정비해 적대 세력의 침투, 파괴 전복, 분열 활동을 강력히 단속하기로 했다.

한편 시 주석은 전날 람 장관을 만나 재신임을 재천명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 참석차 상하이를 찾은 람 장관에게 홍콩 정세를 보고받은 뒤 “중앙정부는 람 장관에 대해 높은 신뢰를 갖고 있다”면서 “람 장관이 홍콩 특별행정구를 이끄는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고, 정세 안정과 사회 분위기 개선을 위해 큰 고생을 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이어 “법에 따라 폭력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광범위한 홍콩 민중의 복지를 수호하는 것이니 절대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 주석과 람 장관의 공식 회동은 지난 6월 초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람 장관은 6일 베이징에서 한정 부총리와도 만날 예정이다. 중국 최고 지도부가 잇따라 람 장관을 만나는 것은 문책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신임을 재확인하고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구에 대한 중앙정부의 전면적 통제권 행사를 천명한 상황에서 시위에 대한 홍콩 정부의 대응 수위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4중전회 후 첫 주말인 지난 2일 시위에서 홍콩 경찰은 하루 동안 무려 200명이 넘는 시위대를 체포하는 등 강도 높은 진압을 했다. 지난 주말에는 홍콩 내 6개 쇼핑몰에 전격적으로 진입해 대규모 검거작전을 펼치는 등 전례 없는 대응을 보였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