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 XX도 아니고 왜 이렇게 늦게 오냐, 한 번만 더 늦으면 너는 영창이야!”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부인 전모(60)씨가 2015년 4월 육군본부 참모차장 공관에서 자신의 호출에 늦은 공관병에게 한 발언이다. 전씨는 이외에도 공관병들을 다수 폭행하거나 감금한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돼 대전지법 논산지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전씨의 이러한 행동은 박 전 대장이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것을 갑질이라 할 수 없다”며 ‘공관병 갑질’ 자체를 부인한 뒤 재조명되고 있다.
5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대전지검 논산지청의 전씨 공소장에 따르면 전씨는 2013년 4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자신이 생활한 육군 제7기동군단장 공관, 육군본부 참모차장 공관, 육군 제2작전사령관 공관에서 20대 공관병들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 공관병 박모(25)씨의 경우 2014년 5~6월 주방에서 토마토를 잘못 관리해 상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전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전씨는 박씨에게 “썩은 토마토는 우리한테 주지 말고 너나 먹으라”고 소리치고 토마토를 박씨에게 집어던졌다.
전씨는 2014년 여름에는 박씨가 조리한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컵의 물을 박씨의 얼굴에 뿌렸다. 이때 박씨의 팔뚝과 등도 손바닥으로 때렸다. 전씨는 2015년 2월엔 공관병 김모(24)씨의 팔에 천혜향을 집어던졌다. 천혜향에 곰팡이가 생겼다는 이유였다.
전씨는 2015년 4월 공관 2층 거실에서 호출 벨을 눌렀는데 공관병 이모(29)씨가 늦게 도착하자 호출벨을 이씨에게 집어던졌다. ‘굼벵이도 아니고’ 폭언은 이때 나왔다. 그 다음 달에는 이씨가 냉장고에 넣어둔 부침개를 박 전 대장의 둘째 아들에게 챙겨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가 이거 챙겨주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부침개가 들어있던 봉지를 이씨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전씨는 2015년 가을 무렵 이씨가 화초에 냉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1시간가량 발코니에 감금하기도 했다. 전씨는 “너도 똑같이 발가벗겨 물 뿌려서 밖에 두면 얼어 죽지 않겠느냐”고 말한 뒤 이씨를 발코니에 남겨둔 채 집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박 전 대장은 5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부인 전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누구의 증거도, 증인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진술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얼마나 허황된지 재판 결과를 보라”고도 말했다. 전씨에 대한 공판은 다음 달 3일 대전지법 논산지원에서 속행될 예정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