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수익성 둔화된 기업들, 투자 지갑 닫고 빚 갚았다

입력 2019-11-06 04:05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국내 기업의 매출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부진이 전체 제조업 경기를 끌어내렸다. 국내 기업 3곳 가운데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에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빚을 갚고 있다. 성장·수익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업 안정성은 다소 나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은행은 5일 ‘2018년 기업경영분석’을 발표하고 “지난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증가세가 모두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비금융 법인 기업 69만2726곳의 재무제표를 조사한 결과다.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둔화됐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4.0%)은 2017년(9.2%)보다 5.2% 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 가운데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휴대전화, 디스플레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의 매출액 증가율이 20.4%에서 3.4%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한은은 지난해 3분기 말부터 전자·영상·통신장비의 수출 부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6%로 2017년(6.1%)보다 0.5% 포인트 낮아졌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성적이 좋지 않다. 특히 자동차는 같은 기간 2.9%에서 1.9%로 1.0% 포인트 감소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로 수출이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여기에다 도·소매(2.8%→2.6%)도 경쟁 심화에다 유통 단가가 낮아지는 ‘아마존 효과’ 등으로 영업이익률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성장성과 수익성의 동반 부진은 ‘좀비 기업’을 양산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35.2%나 됐다. 이 비율은 2016년 31.8%, 2017년 32.3%로 꾸준히 늘고 있다.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상태가 이어지면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한은은 지난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내고 “교역 여건 악화로 한계기업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안정성 지표는 소폭 개선됐지만, 실속이 없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111.1%로 2017년보다 3.0% 포인트나 감소했다. 다만 미래 성장동력 투자 등을 미루면서 얻은 ‘제 살 깎아먹기’다. 디스플레이 업체를 중심으로 신규 투자를 줄여나간 데다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단기 투자자산을 처분해 빚을 갚는 식으로 경영 건전성을 확보했다.

최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