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있다. 그 핵심 가치가 안보다. 안보가 무너지면 국가가 위태롭고, 국민 또한 심각한 위협에 노출된다. 정책의 실패는 만회할 기회가 있어도 안보의 실패는 그것으로 끝이다. 특히 아직도 냉전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은 더욱 그렇다. 단 한 치의 빈틈도 용납돼선 안 되는 분야가 안보다.
대화가 단절됐던 이전 정부에 비해 남북 관계가 나아진 건 사실이나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대규모 훈련을 축소 또는 중단하면서도 북한의 거듭된 요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위적 차원의 방어훈련을 중단 없이 실시한 이유가 있다. 북한 도발에 대비하는 동시에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백 번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정확한 정보 없이 튼튼한 안보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정보자산 획득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는 이유다.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정보는 그 어떤 것보다 정확해야 한다. 대량살상 능력을 지닌 핵·미사일에 대한 판단 착오는 십중팔구 끔찍한 재앙으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정부 당국자의 말이 다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북한 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정경두 국방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국회에서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에서 ICBM을 발사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정의용, 정경두, 서훈 3인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안보 책임자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멤버다. NSC는 대통령이 의장인 안보·통일·외교와 관련된 최고 의결기구다. 안보 책임자의 말이 다르다는 건 청와대, 국방부, 국정원 간에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 청와대의 안보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청와대는 정 실장이 알고 있는 내용과 국방부 및 국정원에서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 왜 다른지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북한을 의식해 그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다. 야당에서 정 실장의 사퇴를 요구할 만하다. 안보 분야만큼은 정부 내 어떠한 혼선도 있어선 안 된다. 빈틈없는 안보와 야당의 협조를 바란다면 정부 안의 엇박자부터 정리하라.
[사설] 청와대 안보 컨트롤타워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입력 2019-11-0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