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갈치시장은 이제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명소다. 다양한 해산물과 부산 고유의 ‘먹방’을 할 수 있는 전통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갈치시장을 부산시가 ‘글로벌마켓’으로 현대화하겠다고 나서놓고선 오염바닷물 정화시설도 만들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해수 없인 생생하게 살아있는 ‘부산 횟감’의 맛을 볼 수조차 없는데 예산부족을 핑계로 아예 해수 여과장치를 삭제해 버리자, 자갈치 상인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5일 부산시와 자갈치상인엽합회 등에 따르면 시당국은 바닷물의 수질 개선을 위해 시가 설치키로 했던 수중 여과식 취수장치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삭제했다. 6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자 백지화한 것이다. 여과장치가 없으면 자갈치시장 상인들은 선박수리 조선소, 선박 계류장 등이 난립해 있는 남항 바닷물을 그냥 써야 한다. 오염된 바닷물을 횟감에 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횟감 선어와 활어에 이용하는 해수는 반드시 수산용수 1급 수질을 갖춰야 한다. 바닷물은 정온 상태에선 사용이 가능하나 황천(비바람이 심한 기상), 태풍 등으로 수질이 변하면 어류의 집단 폐사 위험성을 높인다. 고수온·적조도 피해로 이어진다. 때문에 자갈치 상인들은 사업 초기부터 바닷물 수질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해왔다.
해수 취수 지점이 오염물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도 문제다. 취수지점은 남항 내 100여m 수면 아래 로 펌프장까지 250m가량이 된다. 해안 상가 밀집지역 인접 해변에 설치한 해수 직수 유입 취수관은 오염된 해수가 그대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남항은 인근 수리조선소에서 발생하는 쇳가루, 페인트, 분진이 비만 오면 흘러든다. 선박 계류장에서는 빌지(bilge, 선박에 쓰는 윤활유나 연료유가 섞여 생긴 폐수)가 유출될 가능성도 높다. 펌프실 인근에는 보수동~자갈치까지 흐르는 보수천이 해수면과 만나고 있어 오·폐수 유입도 우려된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처장은 “국내 바닷물과 수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는 걸 보면 바닷물 오염이 심각해지는 걸 알수 있다”며 “새로운 자갈치시장 건설에 해수 정화시설을 삭제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남항 내 유람선 항로와 겹쳐 돌출형의 여과취수장치를 건설할 수 없었다”면서 “매립시공에 따른 공사비 증액이 불가능해 여과취수장치를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자갈치 글로벌 수산 명소화 사업’은 자갈치시장 일대에 현대식 수산 먹거리 판매시설을 건립해 주변 노점상을 입주시키는 사업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