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핵심현안 놓고 靑·정부·국회 오락가락

입력 2019-11-05 04:01

청와대와 정부, 국회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능력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정보를 둘러싸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이들이 오히려 안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4일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비공개 국정감사를 한 뒤 브리핑에서 “국정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월 정상회담을 정해놓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를 염두에 둔다면 11월 중, 늦어도 12월 초에 북·미 실무자 회담이 열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같은 맥락에서 1, 2차 싱가포르·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 방중한 전례를 봤을 때 김 위원장이 연내에 추가로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브리핑 직후 ‘12월 북·미 정상회담이 정해졌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혜훈 정보위원장이 긴급 정정 브리핑을 열었다. 이 위원장은 “12월 정상회담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추론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국정원도 “다음 실무회담이 11월 중, 늦어도 12월 초까지는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지만 3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공식 해명했다.

정보위는 또 북한의 ICBM 발사 능력에 대한 서훈 국정원장의 발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을 키웠다. 이은재 의원은 브리핑에서 “이동식 발사대(TEL)에 ICBM을 싣고 일정 지점에 가서 다시 발사대를 거치하고,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국정원 답변을 얻었다”며 “(서 원장이) 결국은 이동식 발사라는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한의 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하기 어렵다’는 발언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혜훈 위원장은 “국방정보본부가 ‘북한이 ICBM을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할 능력을 갖췄다’고 밝힌 건 평가이고, 정 실장이 ‘TEL을 ICBM 이동에만 사용하고 발사는 이동식 발사대가 아닌 곳에서 했다’고 발언한 것은 팩트”라며 “서 원장은 양쪽의 설명이 모순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정 실장이 서 원장에게 이동식 발사대 관련 본인의 발언 중 정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급히 출장을 가게 돼 정정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부연, 정 실장의 당초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 실장의 발언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야당 의원들은 정 실장의 운영위 발언을 문제 삼으며 정 장관에게 진위를 따졌다. 이에 정 장관은 “북한이 TEL을 움직여서 바로 미사일을 쏜 게 아니라 고정식 발사대나 지지대 등을 사용해 발사했다는 차원에서 답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어떻게 기본적인 팩트가 틀릴 수 있느냐”며 반문했고,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 실장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북한에서 ‘비운의 황태자’로 불려온 김평일(사진) 주체코 북한대사가 교체돼 조만간 귀국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김 대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이다. 국정원은 김 대사의 누나 김경진의 남편 김광석 주오스트리아 북한대사도 동반 귀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