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인구 36억 묶는 ‘세계 최대 FTA’ RCEP 타결

입력 2019-11-05 04:02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4일(현지시간) 전격 타결됐다. 다만 협정에 참여했던 전체 16개국 가운데 인구 비중이 큰 인도가 빠지면서 ‘메가 FTA’의 의미가 다소 퇴색됐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 타결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인도가 내년 최종 서명 전 협정에 참여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교역·투자를 할 기반이 마련된다. 정부는 RCEP 협정을 토대로 수출시장 다변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태국 방콕에서 열린 RCEP 정상회의에서 참여국 정상들이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20개 챕터(주제)의 모든 협정문에 동의해 협정이 타결됐다고 밝혔다. RCEP는 한·중·일 3국과 인도·호주·뉴질랜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 회원국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무역협정이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2%(27조4000억 달러), 전 세계 인구의 48%(36억명)를 아우른다. 이 때문에 협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글로벌 무역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국의 교역량만 지난해 기준 9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RCEP 정상회의를 마친 뒤 “RCEP 타결로 세계 인구의 절반, 세계 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이 시작됐다”며 “아세안을 중심으로 젊고 역동적인 시장이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무역장벽은 낮아지고, 규범은 조화를 이루고 교류와 협력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협정문 최종 서명은 내년 진행될 예정이다.

RCEP 논의는 2012년 중국 주도로 시작됐다. 2013년 5월 1차 협상이 시작됐고, 이후 약 7년 동안 논의가 이어졌다. 상품과 무역구제, 서비스(금융·통신·전문서비스 부속서), 인력이동, 전자상거래, 투자, 원산지, 통관, 위생 및 검역조치, 기술규제 및 적합성 평가, 지식재산권, 경쟁, 정부조달, 중소기업, 경제기술 협력 등 20개 주제로 나눠 협정문을 만들었다.

참여국이 많은 만큼 이해관계도 첨예했다. 28차례 공식 협상, 16차례 장관회의, 3차례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이날 인도가 협정에 불참한다고 선언했다. 인도는 현행안대로 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중국의 공세에 자국 영세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입장에서는 RCEP가 사실상 중국과의 FTA와 같아 자국 이익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RCEP 참여국 정상들은 추후 인도가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RCEP 참여국 정상들이 인도가 추후 동참할 수 있도록 최종 서명 전까지 인도가 제기한 문제점을 해소키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불참으로 RCEP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정부는 수출시장 다변화 측면에서 여전히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아세안 등의 상품시장을 추가로 확보하고 서비스·투자 분야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또 여러 국가를 거쳐 생산한 제품이라도 역내에선 특혜 관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국내 기업들이 수출 전략에 따라 다양한 투자국을 선택할 수 있다. 금융·통신도 자유무역을 할 수 있게 돼 핀테크, 금융 및 통신사업 진출 기반도 확보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