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를 갑질이라고?… 삼청교육대 보내야” 박찬주의 막말

입력 2019-11-05 04:03
자유한국당이 영입을 보류한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병 갑질’ 등의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자유한국당 인재 영입 논란의 중심에 선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기자회견을 자처해 시대착오적 발언을 늘어놨다. 황교안 대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당에 좋은 인재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며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박 전 대장 영입 시도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고 박 전 대장 스스로 논란을 키우면서 한국당이 영입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 전 대장은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병 갑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2017년 8월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고 텃밭 관리, 골프공 줍기, 감 따기 등 허드렛일을 시키며 갑질을 일삼았다는 폭로로 전역했다. 갑질 등 가혹 행위는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부정청탁금지법만 유죄로 인정돼 2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장은 “사령관이 병사에게 지시하는 걸 갑질이라고 하면 지휘체계를 문란시키는 것”이라며 “감 따는 것은 사령관의 업무가 아니다.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방초소(GOP)로 공관병을 보낸 건 공관병이 지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추억을 만들라고 보낸 것”이라고도 했다. 부인이 공관병을 폭행하고 감금했다는 의혹을 두고는 “어른으로서 공관의 위생관리와 식품관리에 대해 공관병을 나무랄 수 있다”고 했다. 부인은 공관병 감금 및 폭행 혐의로 재판 중이다.

박 전 대장은 최초로 갑질 의혹을 제기했던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군에 가지 않은 사람이 군을 무력화하는 것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동조하는 정치인들도 반성해야 한다. 이것 때문에 군대가 민병대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장은 내년 총선을 두고 한국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면서도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당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 당이 나를 필요로 해서 쓰겠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하겠다는 것”이라며 “비례대표로 나갈 생각은 전혀 없다. 내 고향 천안이나 계룡으로 가서 험지에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대표에게 전화해 제 생각은 말고 부담 없이 결정하라. 이번에 (내가) 포함 안 돼도 상관없다고 말했다”며 “2030세대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서울역에서 만난 현역 병사는 나에게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런 분위기도 많다는 것을 참고해 달라”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을 위한 많은 질책과 고언들이 있었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당의 혁신과 통합을 통해서 새 정치를 국민에게 보여드리겠다는 다짐을 드린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박 전 대장의 기자회견에 대해선 “당과 조율한 적 없이 개인이 판단한 일”이라며 “내용을 정확히 파악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총선기획단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2차 인재 영입은 시간을 가지고 하겠다”며 영입 발표를 미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전 대장은 기본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식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만 스스로 입증했다. 과연 대한민국 육군 대장을 지낸 인사의 언사인지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황 대표는 영입 철회로 끝낼 일이 아니라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김용현 이가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