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환담에서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면서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들은 태국 방콕에서 열린 두 정상의 만남을 속보로 전하며 양국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지 여부에 관심을 드러냈다.
일본 외무성은 4일 “아베 총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 정상대기실에서 문 대통령과 단둘이 약 10분간 대화를 나눴다”며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한·일) 양자 문제에 관한 우리나라(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확고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본 NHK방송은 아베 총리가 “한국과의 관계는 중요하다. 대북 대응에 한·일, 한·미·일 연계가 중요하다”며 “당국 간 대화를 계속하자”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관한 원칙을 바꾸지는 않겠다”고 말했다고 NHK는 전했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징용공들의 청구권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한국 대법원 판결은) 명확한 국제법 위반으로 한국 측이 시정해야 한다는 일본의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제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 등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진 정상 간 환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 7월에 반도체 부품 등 수출관리를 강화한 이후 두 정상의 만남은 처음”이라며 “지난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9월 유엔 총회에서도 정상회담이 보류됐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도 “징용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아베 총리와 문 대통령이 만났다”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전날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눴다며 환담 이전에 대화 무드가 조성됐음을 시사했다.
일본 언론은 지소미아 연장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아사히는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는 양국 정상이 지소미아 만료 시한인 22일 전 만날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반면 양국 정상의 온도차를 강조하기도 했다. 산케이는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법도 검토하자’고 했다”며 “반면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법을 찾도록 노력하자’고 응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한국이 지난해 9월 이래 끊어진 정상회담을 열고 싶어 했다”고 보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