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동식 발사대서 ICBM 발사”… 정의용 발언 뒤집은 정경두

입력 2019-11-05 04:03
사진=김지훈 기자

정경두(사진) 국방부 장관이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이동식발사대(TEL)에 지지대를 받쳐서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흘 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ICBM은 기술적으로 TEL에서 발사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보완하기 위해 ‘북한이 TEL에 ICBM을 탑재한 채 쏘지는 않았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TEL 발사 자체를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던 정 실장 발언을 뒤집는 결과를 낳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일제히 정 실장의 사퇴까지 거론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야당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정 실장의 발언을 캐물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이 2017년 발사한 ICBM은 무엇으로 발사했나. TEL로 발사했고, 국방부도 당시 TEL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며 정 실장이 ‘팩트’를 이야기하지 않았거나, 전체회의에서 위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앞서 “북한의 ICBM이 기술적으로 TEL로 발사하기 어렵다”며 “북한이 개발하는 미사일이 우리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정 장관이 TEL에 지지대를 받쳐서 발사한 것이라고 답하자, 야당은 정 실장 ‘사퇴론’까지 거론하며 반발했다. 백 의원은 “TEL로 발사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렇게 기본적인 팩트가 틀릴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고,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ICBM을 (TEL로) 발사할 수 있다면 (정 실장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며 “장관도 눈치만 보고 발언과 결을 (청와대와) 같이 하려고 애쓰는 것이 애국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야당 지적이 잇따르자 정 장관은 “북한이 TEL을 움직여서 바로 그것(미사일)을 쏜 게 아니라 고정식 발사대나 지지대 등을 사용해서 발사했다는 차원에서 답변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은재 한국당 정보위 간사는 “서훈 국정원장이 이동식 발사대에 ICBM을 싣고 일정한 지점에 가서 발사대를 다시 거치하고 거기에서 ICBM을 발사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며 “이는 결국 이동식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서 원장 발언은 정 장관 언급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됐다.

국정원은 또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실무회담이 이달 중, 늦어도 다음 달 초에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있어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도 보고했다.

국방위 전체회의에선 정 장관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우리 군이 민간인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말한 박찬주 전 육군대장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장관은 “매우 안타깝다”며 “지금 현재 이 시간에도 자기한테 주어진 임무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국가에 헌신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 그리고 군 가족들을 굉장히 폄훼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박 전 대장을 옹호했다. 이주영 한국당 의원은 “군에 평생을 몸담고 있다가 예비역 대장으로 예편한 분의 명예에 엄청난 손실을 입혔다면 군에서도 군인권센터에 유감 표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