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모든 도민에 ‘기본소득’… 복지냐 현금살포냐

입력 2019-11-05 04:05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일 수원 경기도청에서 2020년도 본예산 편성안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는 모든 도민에게 최저생계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놓고 ‘보편적 복지’라는 긍정적 반응과 ‘현금살포’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연합뉴스

경기도가 모든 도민에게 최저생계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추진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라는 기조 하에 빈곤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재 실시 중인 ‘청년기본소득’과 함께 ‘현금살포’가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찮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분기별로 1인당 25만원씩 최대 연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 대상을 전 도민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4일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전국 최초로 공론화 조사를 진행했다”며 “그 결과 도민의 70% 이상이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고 ‘기본소득 도입 시 세금을 더 많이 낼 의향이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경기도의 기본소득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의 공약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본소득이란 국민 모두에게 최소한의 월간 생활비를 지급하는 걸 말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함으로써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내수경기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특히 최근 기술 발전과 자동화로 실업률이 급등하고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주목을 받았다. 급여 대상자를 선별하지 않아 누락자가 없다는 점에서 복지 사각지대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기본소득은 일부 지역에서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구직활동 중인 청년들에게 매달 50만원씩 지급하는 청년수당 대상자를 2022년까지 10만명으로 늘리고 청년 1인 가구 4만5000명에게 매달 20만원씩 월세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여기엔 총 4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전남 해남군에서 시작한 월 60만원의 ‘농민수당’은 광주광역시와 전남, 전북이 도입을 준비 중이다.

최근 민간 연구소 ‘LAB2050’은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과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비과세 감면 항목을 정리하는 식으로 세제를 손보면 당장 내후년부터 전 국민에게 월 3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무분별한 ‘현금 살포’, 전형적인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 외에 취약계층에 대한 선택적 또는 추가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사회복지 전문가는 “금액이 아주 높으면 빈곤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30만원으로는 어림없다”며 “기본소득을 도입해도 소득이 없는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에 대해선 별도 기초보장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자체가 해외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꼽힌다는 지적도 있다. 핀란드는 25~48세 실직자 2000명을 선정해 매달 560유로(약 73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2년 만에 종료했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 2월 “삶의 질은 높아졌지만 취업이나 창업에는 큰 효과가 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도 시범사업 1년 만인 지난해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포기했다. 스위스에선 2016년 기본소득 도입 법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는 “아이가 있는 집은 없는 집보다 생계비용이 더 들고 갈수록 추가 의료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수요에 대한 보완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재원 마련도 문제이고, 특정 계층에서 했으니 전국적으로 할 수 있다고 결론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