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복세에 미·중 무역분쟁 부분 타결… 내년 수출 ‘+반등’ 기대감 높아져

입력 2019-11-05 04:09

한국의 수출이 내년에는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물량이 최근 증가한 데다 내년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겹치면서 전망이 한층 밝다. 무역 분쟁을 이어온 미·중이 부분적 협상 타결로 선회한 것도 호재가 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년에 수출이 지표상으로 플러스로 전환된들 최악의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던 올해 수출의 기저효과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제기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 수출 호조세에 따른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반도체 수출 물량은 2557.2t이었다. 1년 전(2204.4t)보다 16.0%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 물량은 지난 7월부터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비록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단가 하락 영향으로 전체 수출액은 32.1%나 줄었다. 하지만 수출 물량이 늘면서 생산 역시 증가세다. 통계청 산업생산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늘었다.

정부가 주목하는 부분은 수출 감소의 주된 원인이었던 반도체 단가 하락이 최근 들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메모리칩의 가격 변동 추이를 나타내는 DXI 지수는 올해 초부터 가파르게 추락했지만, 7월 이후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도 지난 8월 이후 반도체 시장 매출이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5G(5세대) 통신 도입에 따른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 개발 가속화에 따른 시스템반도체 수요 증가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회복세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 공급을 늘려가면서 글로벌 공급 과잉 상태가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내년이 된다고 메모리 단가가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미·중 협상 국면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연기 등도 한국 수출 회복에 호재로 꼽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산업보조금 등 미·중 간 민감한 의제에 대한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양국이 언제든 무역전쟁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중이 무역분쟁 과정에서 공표한 관세 부과가 모두 실현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0.34%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외 여건보다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으로 인해 높아진 생산비용이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악화시킨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