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한 이후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는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까지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반말과 고성으로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당 지도부가 이날 총선기획단 인선을 발표하고 본격 총선 체제로 돌입하면서 당내 쇄신론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금까지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이 지내왔다”며 “지난가을 여러 가지로 어려운 일을 겪었다. 의원들도 여러 생각이 많았고 괴로웠다는 생각이 든다”며 몸을 낮췄다. 이어 일부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거졌던 ‘이해찬 책임론’을 의식한 듯 “정치는 열정이 있어야 혁신이 가능하고 책임감이 있어야 안정이 가능한데, 두 가지를 균형 있게 끌어가는 것이 공당으로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두발언이 끝난 뒤 약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당 지도부에 책임을 묻기보다 당 전체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또 초선인 이철희·표창원 의원의 연이은 불출마 선언을 두고 초·재선과 다선 의원 간 소통이 부족했다는 문제인식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의원 간 활발한 소통을 위해 이르면 이달부터 매주 월요일 의원총회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회복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결이 된 것은 아니다, 경고음이 있을 때 제대로 알아듣고 쇄신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강 정무수석에 대해서도 “청와대에서 그런 식으로 답변한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 야당이 문제를 삼으면 여당이 답변을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 앞서 총선기획단 인선을 발표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을 기획단장으로 친문 핵심 인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 안팎의 인사 15명이 포함됐다. 초선 의원인 금태섭 강훈식 제윤경 정은혜 의원도 기획단에 합류했다. 총선기획단은 5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이날 민주당은 20대 국회의원 최종 평가에 들어갔다. 이르면 다음 달 말쯤 평가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가현 박재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