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정시비중 확대’ 주문에 대한 진보 성향 교육계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시·도교육감들이 집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자체 대입 개편안도 발표했다. 교수와 교사, 학부모 1500여명은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내놨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4일 경북 안동에서 총회를 열고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총회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시·도교육감 17명 가운데 12명이 참여한 정시 확대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서울 인천 대구 광주 울산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강원 경북 제주 교육감이 참여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구와 경북 교육감이 성명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정시 선발 비율을 늘리겠다는 말은 우리 교실을 10여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발상”이라며 “고교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몰고 갈 정시 선발 비율 확대 시도를 즉각 중단하길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육감협의회는 2025년 3월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용 대입 개편 방안도 내놨다. 대입 제도는 교육부 소관이지만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시·도교육감의 공식 제안이어서 무게가 실린다.
개편안을 보면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고 지원 횟수를 6회로 제한했다. 수능 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축소한다. 수능을 7월과 12월 두 번 치르고 성적은 A~E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수능이 사실상 자격고사화되는 것이다. 수능 자격고사는 시·도교육감들과 진보 성향 교육계가 줄곧 주장했던 방향이다. 수능 영향력을 강화하는 정시 확대 정책과는 ‘상극’이다. 교육감들의 수능 절대평가 제안 자체가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진보 성향 교육계는 대규모 정시 확대 반대 시국선언을 내놨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정시 확대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인원은 이날 오후 1시 현재 1505명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을 비롯해 학부모 교사 법조계 언론계 종교계 등 각계 인사가 참여했다.
시국선언 참여자들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사태로 불거진 한국 교육의 문제를 단지 정시 확대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수능 정시 확대는 ‘미래 교육’이란 관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정책이므로 즉각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