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지사 “기후변화가 주범… 트럼프 빠져라” 한방 날려

입력 2019-11-05 04:09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돌리며 정치 공세를 펼쳤다. 산불 진화작업이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재해를 정치 공방의 장으로 들여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뉴섬 주지사가 산림 관리를 형편없이 하고 있다”며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나는 그에게 환경운동가들이 무슨 요구를 하든 숲 바닥 정리 작업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불길이 치솟고, 캘리포니아는 불에 탄다. 항상 똑같다”며 “그러고 나면 뉴섬 주지사가 연방정부에 지원금을 요청하러 온다.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내용은 캘리포니아 산불에 대한 과거 발언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캘리포니아주가 지난해에도 재앙적이고 치명적인 산불 피해를 입어 해결책을 고심하던 와중에 연방정부의 지원금을 삭감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분명히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캘리포니아 산불 대응을 위한 연방정부의 지원금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뉴섬 주지사도 트위터를 통해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극단적인 기상 탓에 지난 몇 주간 주 전역에서 수많은 산불이 발생했지만 우리는 성공적으로 이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신은 이런 대화에서 빠져도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 사태의 배경에 ‘기후변화’가 있음을 부각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환경주의 기조에 한 방을 먹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론’은 중국이 만들어낸 사기라며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는 등 국제사회의 탄소 배출 감축 추세를 역행해 왔다.

WP도 소방 전문가들을 인용해 “화재 예방에는 (나뭇가지 등) 어느 정도의 숲 바닥 잔해 관리들이 포함된다”면서도 “캘리포니아 산불의 경우 이 지역의 초목들을 건조하게 만들어 언제든 점화 상태에 이르도록 하는 극심한 열기가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 서부 해안에서 기후 문제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당 지역의 민주당 주정부의 관리 실패로 규정하며 정치 공세를 펴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하지만 이날 뉴섬 주지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현재 캘리포니아 산림의 대다수는 연방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