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제한 없앤다면서… 中, 셋째 낳은 67세 산모에 벌금 부과 논란

입력 2019-11-05 04:08
68세에 딸을 새로 얻은 중국인 황모씨. SCMP캡처

67세에 아이를 출산한 여성에 대해 중국 정부가 ‘두 자녀’까지 허용하는 산아제한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산둥성 자오좡에 사는 톈모씨는 지난달 25일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2.6㎏의 딸을 출산해 중국 최고령 산모로 기록됐다. 기존 최고령 산모는 2016년 64세에 아이를 낳은 지린성의 여성이었다.

톈씨 부부는 딸의 이름을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는 의미에서 ‘톈츠(天賜)’라고 지었다. 계획된 임신과 출산은 아니었어도 부부는 출산 후 가구당 자녀 수를 2명으로 제한하는 ‘두 자녀 정책’ 때문에 벌금을 내야 할 처지다. 벌금은 거주 도시의 평균 수입과 자녀 수에 따라 책정된다.

현재 중국 정부는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하는 쪽으로 법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지만 엄연히 두 자녀 정책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톈씨 부부는 이미 40대인 아들 1명과 딸 1명을 두고 있으며 여러 명의 손자 손녀가 있다. 톈씨는 전직 간호사 출신이며 남편 황모(68)씨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황씨는 “벌금을 내야 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며 “산아제한 규정이 49세까지인 가임 연령대의 여성들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아내는 벌금이 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부가 벌금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톈씨 부부는 또 오래전 혼인증명서를 잃어버려 아이를 호적에 등록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정부는 아이에 대한 정보를 일단 등록했지만 혼인증명서를 제출해야 아이의 호적 등재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다. 톈씨 부부는 셋째 아이를 가지면서 자녀들과도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출산율 저하로 고심하는 중국은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하기 위한 민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가족계획’(산아제한) 부분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보고하고 2020년까지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중국은 1979년 가구당 자녀를 1명으로 제한하는 ‘한 자녀 정책’을 도입해 벌금 부과는 물론 강제 임신중절, 불임 수술까지 동원하며 급격한 인구 증가를 차단했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가 우려되자 2016년 ‘두 자녀 정책’을 도입했지만 출산율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아예 산아제한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런 정책만으로 이미 고착화된 출산 기피 현상을 막기는 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