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끔찍한 하루를 보냈다. 거친 백태클로 상대 선수의 발목 골절상을 야기한 손흥민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했다. 손흥민은 7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 이어 다음 주에는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번 트라우마 극복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이달 A매치 2연전에 나설 23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벤투호는 14일 레바논과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4차전 원정경기를 벌인 후 19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브라질과 평가전을 치른다. 손흥민은 이번에도 명단에 포함돼 대표팀 공격을 이끈다.
레바논전은 대표팀에 중대한 기로다. 한국은 역대 베이루트 원정에서 1승 2무 1패로 고전했다. 2011년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에선 1대 2로 패해 조광래 전 감독이 경질된 ‘레바논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H조에서 북한에 골득실차로 앞서 1위인 한국으로선 이번 원정 승리가 안정적 선두 유지를 위해 중요하다.
물론 제 기량만 발휘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런데 갑작스런 손흥민 멘털 문제가 경기력보다 더한 관심사항이 됐다. 손흥민은 이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전에서 후반 33분 안드레 고메스에 백태클을 시도했다. 고메스는 넘어지다가 세르주 오리에와 충돌한 뒤 발목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다. 오른발이 꺾인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골절은 심각했다. 손흥민은 자책감에 머리를 잡고 오열하며 괴로워했다. 충격에 고개조차 들지 못했고 라커룸에 가서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 전공)는 “손흥민의 성정 자체가 독하지 않은데다 자주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면서 “고의가 아닌 경기의 한 부분으로 발생한 상황이라 극복하고 다음 경기에 나서는 게 프로로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유명 팀들엔 스포츠심리를 전공한 멘털 코치가 상주하는데, 이런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다면 경기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표팀엔 현재 전문 멘털 코치는 없다. 주로 벤투 감독이 선수들과 대화하며 심리적인 부분을 관리한다. 벤투 감독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업자가 부상을 당해 선수 본인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대화로 격려하고 위로해 손흥민의 곁을 지켜주겠다”며 “손흥민이 빨리 털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열린 프랑스 리그앙 경기에서 환상적인 중거리슛과 감각적인 패스로 1골 1도움을 올리며 극찬받은 황의조(보르도)의 존재는 대표팀에 위안이다. 주로 2선에서 뛰는 소속팀 경기완 달리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설 황의조가 이른 시간 골 사냥에 성공한다면 손흥민도 부담을 덜고 경기에 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