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가정간편식(HMR)이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편의점까지 유통망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10년 새 채식주의자 수는 10배로 불었지만, 이들을 위한 전문식당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HMR이 온·오프라인에서 유통되면서 집에서도 손쉽게 채식 식단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편의점 CU는 5일부터 100% 순식물성 원재료를 활용해 만든 채식주의 간편식 상품(사진)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고 4일 밝혔다. 편의점업계에서 베지테리언(Vegetarian)을 위한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하는 것은 CU가 최초다.
CU 채식 식단 HMR의 핵심은 100% 순식물성 단백질 고기다. 시리즈 상품에 사용되는 모든 고기는 통밀 또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사용해 만든 식물성 고기로 고기 특유의 식감과 감칠맛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지난해 150만~200만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국내 비건 음식점은 350여곳에 불과하다. 채식주의자들은 커뮤니티 공간에서 비건 식당 정보를 공유하거나 비(非)비건 식품 중 육류가 포함되지 않은 식품을 찾아가면서 어렵게 채식 식단을 꾸렸다.
온라인에서도 채식 식단 HMR에 접근하기 쉬워졌다. 최근에는 마켓컬리를 비롯한 온라인 업체들이 신선식품 배송 인프라를 키워가면서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 상태다. 채식주의자들은 주문만 하면 비건 간편식이나 식재료들을 다음날 바로 받아 볼 수 있게 됐다. 마켓컬리는 2016년부터 비건 제품을 판매해왔지만 올해 들어 일부 제품군(비건 베이커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9% 증가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식품 대기업들도 채식 식단을 위한 식자재 유통을 확대하고 있다. 동원F&B는 지난 2월 식물성 고기 제품 ‘비욘드미트’의 비욘드버거 패티를 한국 시장에 독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이 제품은 국내에서도 6개월 만에 1만5000팩이 팔렸다.
롯데푸드도 지난 4월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론칭했다. 통밀에서 100% 순식물성 단백질만 추출해 고기의 근섬유를 재현한 제품이다. 너겟, 커틀릿 등의 제품을 출시해 4만여개를 판매했다.
오뚜기도 지난 1월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소이마요를 출시했다. 평범한 마요네즈에 쓰이는 계란 대신 콩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