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쓸 돈이 없다… 재정 투자 증가율 ‘20.2%→ 0.3%’ 급감

입력 2019-11-05 04:06
사진=게티이미지

올해 3분기 성장률이 0.4%(전분기 대비)에 그친 건 약해진 정부 재정 효과 탓이 컸다. 특히 정부 지출 중 설비와 사회간접자본(SOC) 등 ‘투자’ 부문 증가율이 0.3%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지난 2분기 20.2%에 달했다.

한국 경제가 올해 연간 2% 성장을 달성하려면 4분기에는 최소 ‘0.97%’ 성장률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4분기에 정부 투자 부문이 다시 힘을 발휘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조기 집행과 기저효과로 증가폭을 키울 요인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정부의 ‘투자 극대화’ 밖에 답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총고정자본 형성의 정부 부문(투자)은 전분기 대비 0.3%(속보치) 증가했다. 정부 지출은 소비와 투자 측면으로 나뉜다. 정부소비는 인건비·경상경비·사회보장현물수혜 등이며, 정부투자는 건설투자·설비투자·지식재산생산물투자 등이다.


정부 투자 부문은 2분기에 전분기 대비 20.2% 훌쩍 뛰면서 전체 성장률을 밀어올렸다. 최근 성장률은 민간 위축으로 ‘정부 돈’이 견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분기 증가율이 축소된 것이다. 축소된 이유에는 기저효과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4분기 ‘투자’를 중심으로 정부 재정을 막판까지 쏟아부었다. 이에 따라 연말 정부 투자 부문은 전분기 대비 16.8% 증가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0.9%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기저효과로 올해 1분기 정부 투자 증감률은 -13.4%까지 추락했다. 정부 돈이 이제 막 풀리기 시작하는 연초라 재정 효과가 떨어진 측면도 있었다. 이런 영향을 받아 1분기 전체 성장률은 -0.4%라는 ‘역성장’을 나타냈다. 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는 조기 집행 등으로 2분기 다시 정부 투자에 집중했고, 관련 수치는 20.2%까지 올라갔다. 전체 성장률은 1.0%를 기록했다.

정부 투자에 따라 성장률이 ‘널뛰기’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부 소비는 연간 계획에 따라 움직이지만 상대적으로 정부 투자는 시기가 나뉘어 분기별 편차가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4분기 전체 성장률에도 ‘정부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투자가 큰 역할을 했던 지난해 4분기를 보면 지방정부의 ‘투자 밀어내기’가 큰 도움이 됐다. 상대적으로 중앙정부보다 예산 집행 속도가 늦은 지방정부가 연말 설비와 SOC 등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집행률은 중앙재정이 78.4%, 지방재정이 63.1%, 지방교육재정이 71.9%다. 정부는 4분기까지 중앙재정은 97% 이상, 지방재정은 90% 이상, 지방교육재정은 91.5% 이상 쓴다는 계획이다.

다만 상반기 조기 집행을 많이 했고, 이미 집행된 투자 규모가 크다는 점은 부담이다. 전분기 대비 정부 지출 규모를 끌어올릴 요인이 많지 않은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 재정 집행률을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