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지만 한반도 주변 4강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에 있어 어느 하나 녹록하지 않다. 문재인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서 ‘주변 4국과의 당당한 협력외교 추진’을 내걸었지만 각종 현안에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미국과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SMA 협상은 더 내라는 미국과 그럴 수 없다는 한국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2차 회의까지 열린 협상에서 50억 달러(5조8300억원) 규모의 인상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의 연설문 비서관이었던 가이 스노드그래스가 최근 공개한 회고록 ‘위치 사수: 트럼프 행정부 국방부의 내막’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이 여기저기서 우리를 벗겨 먹는다”고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드러나면서 SMA 협상은 더욱 난항이 예상된다.
일본과의 관계는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태다.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본격화된 갈등은 경제·안보 분야로 확산됐다. 일본은 지난 7월 수출규제 강화 조치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 한국 제외 조치를 잇따라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 8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대응했지만, 이 조치로 한·미 관계마저 삐걱거렸다.
중국과도 2016년 7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악화된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은 2017년 12월 이뤄졌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올 들어 수시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고 있고, 독도 영공까지 들어올 정도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4일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재인정부의 외교 분야 정책은 낙제점 수준”이라며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일본과도 최악의 상태이다보니 중·러가 합동으로 카디즈를 침범해 시비를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방인 미·일과 관계를 확실히 다지면서 가변적인 세계 질서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도 “현 정부 출범 직후 집중한 남북 관계 개선 문제가 현재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이럴 때 주변 4강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소홀했던 부분을 보완해 관계 진전과 재도약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