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 인하 효과 없어… 한은, 정책 대안 찾아야

입력 2019-11-05 04:02
올해 들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렸다. 지난 7월과 지난달 16일이다. 대표적인 통화정책 수단인 금리 조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를 전후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대표적인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최저금리를 이달부터 2.0%에서 2.2%로 인상했다. 은행 신용대출도 같은 흐름이다.

반면, 예금금리는 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내림세다. 국내 시중은행도 이번 주부터 예금금리를 내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의 행태를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을 늘려 수익을 올리려는 얄팍한 상술로 폄하하기는 힘들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최근 미·중 무역협상 진전과 글로벌 경기 우려가 완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줄었다. 그 결과 안전자산인 국내 채권 매도가 이어지면서 채권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오르고 있다. 두 번째는 내년 확장 재정정책에 따른 대규모 국고채 발행이다. 내년에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발행할 신규 적자 국채와 만기 연장분을 더한 금액이 130조원에 이른다. 채권이 대규모로 시장에 풀릴 것을 예상해 금리가 오르고 있다.

통상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금융기관 간 초단기금리인 콜금리 하락→장·단기 시장금리 하락→예금·대출금리 하락의 경로를 밟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시장금리가 올라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 소비와 기업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정책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 간 정책 공조가 더욱 긴요해졌다. 해외 요인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재정을 철저히 점검해 적자 국채 발행을 가능하면 줄여야 한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서로 효과를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리 조정에만 매달릴 게 아니다. 가계 및 기업에 대한 직접적이고 선별적인 자금지원을 통한 유동성 공급도 한 방안이다. 은행들이 보유한 장기 국·공채를 한은이 사들여 시장금리를 낮추는 양적완화(QE)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