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술병의 연예인 사진 퇴출 당연하다

입력 2019-11-05 04:03
소주병 라벨에는 여성 연예인의 사진이 붙어 있다. 주 소비층인 남성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다. 소주 브랜드 모델로 여성 연예인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99년 배우 이영애가 처음 기용된 이후 김정은 김태희 성유리 이효리 하지원 이민정 등 당대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스타들이 발탁됐다. 지금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모델로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모델로 가수 겸 배우 수지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연예인의 사진과 함께 ‘이슬 같이 깨끗한’ ‘언제나 부드러운’ 식의 광고카피가 음주를 미화한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여기에 제동을 걸고 나설 모양이다. 4일 복지부에 따르면 음주가 미화되지 않도록 술병 등 주류용기에 연예인 사진을 부착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선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이를 위해서는 주류 광고 기준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을 고쳐야 한다. 시행령 10조에 ‘음주행위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표현’을 금지하고 있는데 규정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사진 부착 금지 등의 기준을 신설해야 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술병에 연예인 사진을 붙여 판매하고 있는 경우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정부가 각성해야 할 대목이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 “담뱃갑에는 암 환자 사진이 붙어 있는 반면 소주병에는 여성 연예인 등 유명인의 사진이 붙어 있다”고 질타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금연 정책에 비해 절주 정책이 너무 미온적이다. 담배와 술 모두 1급 발암물질임에도 그렇다. 특히 지난 20년간 흡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반해 음주율은 증가 추세다. 음주운전, 강력범죄 등 음주 폐혜도 심각하다. 그럼에도 절주 정책에는 손 놓고 있다. 올해 국가금연사업 예산으로 1388억원을 편성한 것과 달리 음주 폐해 예방관리 사업 예산으로는 고작 13억원을 책정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유명인들의 광고 행위는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주류용기 연예인 사진은 퇴출하는 게 마땅하다. 정부는 시간을 끌지 말고 당장 시행령 개정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