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민심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야당과 국회는 무시하기 일쑤…
국정 현안과 정책 파악 능력 의문
청와대 참모들이 최근 보여준 언행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행정부 최고기관에 복무하는 인사들인데도 리더십이나 품위, 신뢰감을 찾아 보기 어렵다. 강기정 정무수석이 국회 국정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친 것은 헌정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나 원내대표가 북한 미사일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우기지 말라”고 지적하자 정 실장 뒷자리에서 지켜보고 있던 강 수석이 벌떡 일어나 “우기다가 뭐냐. 똑바로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장면은 청와대가 야당과 국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두고 두고 회자될 것이다. 그것도 야당과 소통해야할 정무수석이 그랬다. 군사독재에 맞서 투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야당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강 수석이 옹호하려고 했던 정 실장도 심각한 인식의 문제를 드러냈다. 정 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에서 “북한이 개발하는 미사일은 우리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이동식 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 ICBM은 TEL에 지지대를 받쳐서 발사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실장의 대북 상황 인식에 큰 문제가 있고 나 원내대표의 지적대로 사실과 다른 것을 우긴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조국 사태로 분열과 갈등이 고조될 당시에도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보좌하기는커녕 진영 논리와 정파적 입장에 빠져 있었다는 얘기가 많다. 노영민 비서실장의 경우 수석비서관들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 있다. 노 실장은 조 전 법무부 장관 인사가 실패가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말하면서도 책임을 피했다. 이호승 경제수석은 기획재정부에서 일할 당시 상사로 모셨던 야당 의원이 문재인정부 경제 정책을 비판하자 “의원님이 정책을 할 때, 한국 경제성장률은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이런 참모들을 둔 대통령이 안보와 경제, 야당과의 관계 등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청와대 인적 쇄신을 할 때가 됐다.
[사설] 청와대 인적쇄신 할 때 됐다
입력 2019-11-0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