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교회생(我死敎會生), ‘내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는 뜻이다. 목회 인생 25년을 이끈 목회철학이다. 나 혼자 달리지 않았다. 성도들과 함께 쉬지 않고 달렸다. 지금의 교회를 일구기까지 세웠던 원칙이 있었다. ‘자연적 교회 성장’의 저자인 크리스천 A 슈바르츠 목사가 집대성한 교회 성장 원리를 목회 현장에서 실증했다.
슈바르츠 목사의 이론은 나의 목회현장에 놀랍게 맞아떨어졌다. 그의 이론을 목회 현장에 적용했던 결과는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을 위한 교본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고안한 성장의 원리는 전 세계 18개 언어를 사용하는 32개국의 1000개 교회에서 추출한 빅데이터다.
성장하는 교회들은 평신도를 동역자로 세우는 리더십, 은사 중심적 사역, 열정적 영성, 역동적 조직, 영감 있는 예배, 전인적 소그룹, 필요중심적 전도, 사랑의 관계 등 8가지 요소를 갖고 있었다.
슈바르츠 목사의 8가지 원리가 골고루 작동해야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있다. 이 원리의 정착을 위해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3차례 연속 설교를 했다. 2000년과 2011년, 2018년 ‘광성 신명기’라는 제목으로 시리즈 설교를 한 것이었다.
교회는 전도 행사 한번 하지 않고 6만명이 등록한 교회로 성장했다. 교회 분립도 거듭해 지금까지 24개 교회를 세웠다. 1000여개에 가까운 교회 내 소그룹을 운영하면서 평신도 지도자를 세웠다. 성도와 동역하지 않고는 교회를 성장시킬 수 없다. 목사는 코치와 감독이 돼 신자들을 선수로 뛰게 해야 한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성장한다. 교회는 생물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성장해야 한다. 성장하는 교회가 살아있는 교회다. 교회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선 성장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쉬지 않고 성장해야 한다. 잠깐 성장하다 멈추는 것은 모두를 슬프게 한다.
부모들은 자녀가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대한다. 교회를 보는 하나님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교회마다 성장의 열매를 바라며 나름대로 나무를 심는다. 농사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나무도 중요하지만, 토양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좋은 토양’이 먼저다.
충북 음성에서 목회할 때의 경험이다. 교회 마당에 포도원을 만들기 위해 서울 종로5가 묘목 시장에서 ‘캠벨’이라는 포도 묘목 70주를 사다 심었다. 캠벨은 1892년 미국에서 개발된 품종으로 국내에서도 많이 재배하고 있다. 묘목을 심은 그날 밤, 포도를 따 먹는 꿈을 꿀 정도로 설렜다. 그런데 여름이 지나기도 전 5주만 남고 몽땅 말라 죽었다.
속아서 나쁜 묘목을 샀다고 생각하며 남 탓을 했다. 하지만 주변 농부들이 농사짓는 걸 보면서 내가 문제였단 걸 깨달았다. 나는 묘목을 땅에 심기만 했다. 거름도 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영양가 없는 땅에 묘목을 심은 것이었다. 내가 무지했던 게 원인이었다.
농부들이 인삼 농사 짓는 걸 보며 많은 걸 배웠다. 인삼은 땅의 영양을 완전히 빨아 먹고 보약으로 자란다. 농부들은 6년 정도 인삼 농사를 지은 뒤에는 농사를 짓지 않고 땅을 묵힌다. 영양분을 공급하는 기간을 두는 것이다. 얼마간 땅을 묵힌 뒤 다시 인삼을 파종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퇴비와 비료를 섞어 밭을 간다. 그런 뒤에야 다시 인삼을 심는다.
밭이 좋아야 농사가 잘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밭이 좋아야 한다. 교회에 처음 나온 사람 중에는 인삼처럼 좋은 재능을 지닌 분들이 있다. 여리디여린 이들은 온실 같은 환경을 만들어 보호하고 양육해야 한다. 재능있는 새신자가 교회에 나오면 친절하게 교회를 안내하고 그들의 은사를 점검한 뒤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바나바 같은 친구가 돼야 한다. 이 모든 게 좋은 토양이다. 깊은 배려가 있을 때 교회와 성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