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 밝히는 교회카페… 사랑방 넘어 ‘희망의 빛’

입력 2019-11-04 19:17
군남교회의 아름다운 야경 모습.

접경지역인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에 특이한 교회가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예쁜 카페를 만들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면서 성장도 도모하는 군남교회다. 30대 중반의 젊은 목회자 이재은 목사(39)의 기발하면서도 앞서가는 아이디어가 통한 것이다. 군남교회는 카페라는 문화공간을 통해서 문턱을 낮추고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해주고 있다.

군남교회의 카페는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많은 지역민들이 이곳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카페를 찾는 사람들을 손님으로 생각하지 않고 교회를 찾아오신 예수님이라고 생각하며 섬긴다. 이 목사와 교인들로서는 커피를 통한 섬김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시골의 작은 교회를 찾아오게 한다는 사실이 기쁘고 고맙다. 정성스런 커피 한잔이 섬김이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이 시대의 문화적 트렌드인 커피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섬길 수 있는 은혜를 주셨다고 여긴다.

리모델링 중 과감한 결단

군남교회는 경기도 최북단 농촌마을에 있는 작은 교회다. 8년 전 이 목사가 군남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비가 올 때마다 여러 곳에서 누수가 되는 것이었다. 교회 여기저기에서 비가 새니까 보통 심란한 것이 아니었다. 새벽에 기도하는데 도저히 기도가 되지 않고 빨리 지붕공사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뒤늦은 맥추감사주일을 지키며 드려진 헌금으로 지붕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맥추감사주일 후에 전문가를 불러 공사를 어떻게 할지를 자문했다. 그런데 지붕누수 문제만 해결해서 될 문제가 아니었다. 교회 바닥이 지면과 가까워서 바닥에서도 물이 올라오고 있었고 벽과 천장이 오랫동안 누수돼 너무 약해진 상황이었다.

모여진 헌금은 200만 원 정도로 지붕공사를 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뿐만 아니라 교회에 부임한지도 얼마 되지 않아 성도들의 형편도 모르고, 교회 사정도 매우 어려웠기에 공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주변의 여러 목회자들도 교회가 안정되고 성장한 후에 공사를 해야지 지금은 무리라며 만류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기도만 하면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변할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심에 신기할 따름이었다. 한번은 기도를 하는 중 교회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마치 야곱이 벧엘에서 돌베개를 베고 잠을 잘 때 꿈에서 하늘로 난 사닥다리로 천사들이 왕래하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

이재은 목사 부부.

‘물장사’ 비난이 ‘감사’로 변화

그때 이 목사는 하나님께서 군남교회를 향한 특별한 목적이 있음을 확신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왕 공사를 하는 거 교회 앞쪽에 마을 사람들을 위한 작은 카페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구멍가게 하나 없는 시골 마을에 과연 카페가 생긴다고 해서 사람들이 올까 하는 걱정이 많이 들었지만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이 목사는 성도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다행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감동과 비전에 성도들은 마음을 열고 모두 찬성해 주었다. 교회 전체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소예배실을 교회 뒤편에 증축하는 공사를 하게 됐다. 공사는 많은 우여곡절 있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교회 앞에 ‘Bean Tree 200.25’라는 카페 간판을 예쁘게 내걸고 감사예배를 드렸다. 이른바 커피벨트로 불리는 남위 25도 북위 25도 내에 있는 200개의 커피농장 내에 200명의 사람을 보내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 목사와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비전을 주시고 이렇게 인도하신 데에는 분명한 계획이 있음을 믿었다. 그것은 바로 마을과 단절돼 있던 교회가 마을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신 것이었다.

하지만 그 후의 현실을 믿음과 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소문이 이 목사를 낙심하게 했다. “교회가 다방도 아니고 어떻게 물장사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감동과 비전에 따라 어렵게 순종했고, 카페의 목적도 선교적인 마음으로 마을과 가까워지기를 소망했건만 사람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마을-교회 이어주는 통로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두 명의 손님이 커피를 마시러 왔다. 부부로 보이는 손님은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메뉴판에서 눈에 잘 보이고 저렴한 아메리카노 2잔을 주문해서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던 여성이 훌쩍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나중에 이들이 나갈 때 이 목사는 인사를 드리면서 용기를 내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물어봤다. 그들은 이 마을에는 부부로서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카페가 교회에 생겨서 와봤다고 했다. 그리고는 예쁜 불빛과 음악이 흘러 자신들도 모르게 들어오게 됐고 커피를 마시다 보니 20년 전 이 마을에 시집와서 농사를 지으며 살면서 남편과 이렇게 커피 한잔을 마셔 본적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울컥 했다는 것이었다. 그 부부는 좋은 시간 보내고 간다며 몇 번을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갔다. 그 후 지금까지 교회에 새로 온 이들을 상대로 설교를 했을 때 감동이나 위로를 받고 간 이들이 있었던가 생각하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온 부부는 커피 한잔을 마셨을 뿐인데 감동과 위로를 받고 돌아갔다.

“달란트 믿고 섬김 실천을”

이 목사로서는 커피 한잔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사랑을 줄 수 있는 도구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하나님께서 마을과 단절돼 있던 교회에 카페를 만들도록 이끄셨는지 알게 됐다. 이후에는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상한 자, 곤고한 자들에게 찾아가 정성스러운 커피를 내려 대접하며 섬기기 시작했다. 커피를 통한 섬김이 세상과 교회를, 마을과 성도들을 연결해 주는 좋은 도구가 됐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통해 교회를 찾고 있다. 교인들 외에는 오는 사람이 없던 교회가 이제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오고간다. 작은 카페가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군남교회의 예쁜 카페는 입소문을 타면서 외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더러 있다. 한적한 시골길에 도심에서나 볼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의 카페 모습과 커피 맛이 일품이라는 것이다.

이 목사는 요즘 자신이 체험한 이 일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국민미션(대표 김동민 선교사)이 마련한 ‘카페 플랫폼 2019 커피문화 & 교회’ 세미나에서 많은 목회자들 앞에서 ‘카페 전도’의 비결을 설명했다.

“누구나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과 달란트가 있을 것입니다. 그 달란트로 부지런히 섬김을 실천해 보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전도의 놀라운 열매들을 맺게 될 것입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