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표단, 스웨덴 방문… ‘비핵화 시계’ 빨라지나

입력 2019-11-04 04:03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북측 대표로 나섰던 김명길(가운데)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당시 김 대사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AP뉴시스

북한 외무성 대표단이 유럽 순방길에 올라 스웨덴 등을 방문한다. 스웨덴 정부는 대표단을 상대로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주도해 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최근 국무부 ‘2인자’인 부장관에 지명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일 “외무성 부상 김선경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스웨리예(스웨덴), 핀란드, 뽈스카(폴란드)를 방문하기 위해 2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김 부상은 외무성 내 대표적인 유럽통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세르비아몬테네그로·루마니아 대사, 유럽2국장 등을 지냈다.

대표단의 구체적 순방 목적과 일정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대표단은 이번 순방 때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와 그 시점에 관한 의견을 스웨덴 측과 주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조속한 협상 재개에 대한 북한과 스웨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한 ‘연말 시한’에 쫓기고 있다. 자신들이 원하는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서는 실무협상을 통한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연말까지 채 2개월도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다시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셈이다. 북한이 최근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을 총동원해 대미 압박을 펼치면서도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기는 이유다.

북·미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자임해온 스웨덴 역시 조속한 협상 재개를 바라고 있다. 스웨덴의 중재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국제사회에서 ‘평화 중재자’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스웨덴은 북·미 대화를 진전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켄트 헤르스테트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특사는 지난달 23일 “스웨덴은 계속해서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고 양국이 만나도록 권장할 생각”이라며 “북·미가 원하는 합의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맞춰 초청하겠다. 연내 양국의 만남이 이어지고 실무협상이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일 “북·미 간 협상 재개가 임박하면서 북한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스웨덴 역시 성공적인 북·미 대화를 원하고 있는 만큼 스웨덴 측은 (이번 대표단과의 만남 때) 빠른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부장관에 취임하더라도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 맡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