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공식 종료를 앞두고 이 결정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는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데이비드 스틸웰(사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5일 방한해 이와 관련한 메시지를 정부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틸웰 차관보는 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할 예정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오는 23일 공식 종료되는 지소미아 문제와 한·일 갈등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의 외교·안보 관련 당국자 등을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지난달 26일 일본 방문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는) 미국에도 일본에도, 그리고 한국에도 유익하다”고 말하며 한국 측에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를 요청할 뜻을 내비쳤다.
미국 측은 한국 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마크 내퍼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는 지난 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베이징, 모스크바, 평양이 기뻐하고 있다”며 “(미국은) 지소미아뿐 아니라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한국 측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가 먼저 철회돼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미국의 중재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스틸웰 차관보와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지난 2일 태국에서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협의를 갖고 한·미동맹 현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윤 차관보는 스틸웰 차관보의 방한에 앞서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역할을 요청했다.
스틸웰 차관보가 현재 진행 중인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과 관련한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한·미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스틸웰 차관보가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7월 방한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윤 차관보 등을 만났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도 면담했다. 이번 방한에서도 당시 만났던 인사들을 다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3일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미국은 아주 기분이 나빠진 상태일 수 있다”며 “표현 수위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스틸웰 차관보가 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