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성을 지른 것을 두고 야권이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강 수석이 의원 신분이던 시절 수차례 폭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며 ‘욱기정’(욱하는 강기정)으로 불리던 과거가 재현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조차 “오만한 태도”라고 질타하면서 야당과 소통에 앞장서야 할 정무수석이 갈등을 부추긴 데 대해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안보 상황을 놓고 설전을 벌이던 상황에서 불거졌다. 나 원내대표가 안보 상황에 대해 질의하던 중 정 실장에게 “어거지로(억지로) 우기지 말라”고 말하자 정 실장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느냐. 뭐가 어거지인지 정확하게 말해 달라”고 답했고, 뒷자리에 앉아 있던 강 수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우기다가 뭐예요. 내가 증인이다. 피감기관은 사람도 아닌가. 말조심 하세요. 똑바로 하세요”라고 소리쳤다.
나 원내대표는 “이런 청와대는 처음”이라고 발끈했고,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너 이름이 뭐야. 강기정은 국회 밥 좀 먹었다고, 이런 싸가지 없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결국 국감은 정회됐고, 1시간여가 지난 뒤 밤 12시가 임박해서야 강 수석이 유감을 표하면서 회의가 재개됐다.
강 수석은 17~19대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폭력 의원’ 이미지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을 폭행했고, 2010년 12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과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2013년 11월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찰의 대통령 경호용 버스를 발로 차고 신분 확인을 요구하는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대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된 직후인 2016년 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을 때는 과거 본회의장 몸싸움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자유롭게 토론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국민으로부터 폭력 의원이라고 낙인 찍히지 않았을 텐데”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 수석의 태도를 두고 야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폭력과 행패를 일삼던 강 수석이 아직도 제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정무수석의 수준이 정치깡패나 다름없다”며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권인 정의당과 평화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청와대가 고압적 태도의 질의라고 하더라도 함께 고성으로 대응해 절제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고, 홍성문 평화당 대변인도 “청와대의 불손한 자세 또한 국회를 무시한 오만한 태도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회 주변에선 최근 들어 야당 의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질의 태도로 일관해 이런 설전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강 수석이 자신의 선임 격인 정 실장이 야당과 설전을 벌일까봐 본인이 먼저 나서서 총대를 멘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