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은 ‘학종’ 선호하는데… 교육부 압박 카드는?

입력 2019-11-04 04:07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대입의 정시 비중 확대 방안을 모색 중인 교육부가 어떤 방식으로 대학들을 압박할지 주목된다. 정부가 정시 확대의 타깃으로 삼은 이른바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정시보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35% 이상’ 혹은 ‘45% 이상’처럼 정시 확대 하한선을 정해 요구하는 방식보다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정부 요구를 따르는 모양새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시 확대 방식이 담긴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은 이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이후 발표될 예정이다. 대학 사회가 주목하는 건 조만간 교육부가 내놓을 ‘학종 실태조사 결과’다. 조사 대상 대학 대다수가 정시 확대의 타깃에 해당하는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다. 실태조사에서 교수 자녀 등의 특혜 의혹이 불거질 경우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럴 경우 대학들은 정부의 정시 확대 요구를 거스르기 어려워진다. 정부는 실태조사에서 중대한 비리 의혹이 나온 대학에는 특별감사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쥔 카드는 실태조사만 있는 게 아니다. 현재 교육부는 사학비리 척결이란 구호를 내걸고 대대적인 대학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의 칼날이 언제 날아올지 모를 판이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작업도 진행 중이며,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 등 평가도 받는다. 등록금이 10년째 동결 상태고 앞으로도 등록금을 올리기 어려운 여건이어서 정부에 밉보여선 곤란한 처지다.

교육부는 대학들과 물밑에서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 요청과 대학에 자발적 동조’란 그림이 그려지면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시·도교육감과 진보 교육계와 대학 자율성 훼손을 우려하는 대학 사회의 비난을 무뎌지게 하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지시는 ‘조국 사태’ 탈출용으로 장기적으론 내년 총선을 의식한 움직임이란 평가가 많다. 정부가 명확한 정시 비율을 제시하지 않고 대학에 떠넘길 경우 ‘말장난 했다’는 비난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정부로선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