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시작 전 교인들은 1층에 모여 있다. 이윽고 예배 시작을 알리는 징이 ‘둥’ 울리자 아이 2명이 앞장선다. 아이를 따르는 교인들은 가족별로 2층 예배실을 향한다. 예배실 가는 길 시작점엔 세례실이 있다. 신자들은 세례가 그리스도인의 출발임을 확인하면서 발을 옮긴다. 폭 1.5m 정도의 계단을 오르면 찬송가 312장 ‘너 하나님께 이끌리어’가 장엄하게 울린다. 가족별로 예배실에 자리에 잡으면 전면 휘장이 양쪽으로 열리며 오전 햇살이 들어온다. 강단 왼쪽 스테인리스 십자가는 오전의 햇살을 받아 빛난다. 십자가는 물고기 12마리가 헤엄치는 모양과 비둘기 형상이 가미된 삼위일체 하나님을 형상화한 높이 4.5m 곡선형이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청란교회·종교개혁500주년기념교회의 주일예배 시작 광경이다. 이 교회 담임은 하이패밀리 대표인 송길원(62) 목사. 2년 6개월 전 복합 기독교 문화공간인 ‘W스토리’에 흰색 외관의 종교개혁500주년기념교회가 세워진 후 목회를 시작했다. 30여년간 기독교 가정 사역자로서만 활동하던 그가 목회를 시작하며 주안점을 둔 것은 ‘스토리’가 있는 교회였다.
“교회는 어떤 이야기를 가졌는지가 중요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의 스토리가 있는가, 영혼을 깨우는 소리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소리가 있는가. 목회는 결국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는 임마누엘의 이야기, 고난과 역경 속에서 우리를 건지신 이야기를 신자들이 갖도록 돕는 일이 아닐까요?”
종교개혁500주년기념교회는 2012년 높이 9.7m의 초소형 교회인 청란교회가 세워지고 5년 만에 지어졌다. 총면적 2000여㎡, 3층 규모 건물로, 흰색 외벽엔 예수님과 아이들이 강강술래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예배실 파이프오르간은 루터 시대의 파이프오르간을 재현한 것으로 홍성훈 오르겔바우마이스터가 제작했다. 366개의 파이프로 구성됐으며 폭 3m, 높이 4.5m로 무게만 2t에 이른다.
송 목사가 목회를 시작한 것은 모교인 고려신학대학원 동기생 60명이 3년 전 W스토리 건축 등으로 그가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모은 2억 4000만원을 전달하면서다. 담임목사 한번 못해본 동기를 위해 ‘너도 목회를 해보라’는 권면과 함께였다. 현재 출석 교인은 100명에 조금 못 미친다. 가장 적게 나올 때가 65명, 많이 나올 때가 97명이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가족과 함께 통합예배를 드린다. 인근 지역을 비롯해 서울 춘천 고양 김포 등에서 찾아온다.
송 목사는 예배 회복에 목회의 중점을 뒀다. 예배는 주기도문 순서에 따라 진행한다. 성찬은 매주 시행한다. 성찬대 앞에는 빵과 포도주가 놓여 있고 가족별로 나와 빵을 찢어 포도주에 적신 뒤 받는다. 엄숙한 성찬이 아닌 기쁨과 축제의 시간이 되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그는 “성찬을 통해 아이들도 생명의 떡으로 오신 주님을 알고 묵상하게 된다”며 “신자들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삶 속에서의 예배를 준비한다. 성찬의 기쁨은 규모가 작은 교회일수록 더 분명하게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개혁교회로서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신앙운동도 한다. 가정마다 밥 짓기 전 쌀 한 줌을 모아 이웃을 돕는 성미 운동을 전개하며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장례문화 되살리기도 진행 중이다. 신자들은 올 초 장례원칙을 만들어 교회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장례 절차를 병원이 아니라 교회가 주도하자는 게 골자다. 교회 내 장례위원회 구성, 입관 또는 뷰잉(Viewing)은 고인을 마지막으로 대면하는 시간으로 가족 친지와 지인들을 중심으로 할 것, 헌화는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흰 국화꽃이 아닌, 고인이 좋아했던 꽃과 고인의 추억이 담긴 꽃으로 한다 등 18가지 원칙을 담았다.
송 목사는 “교회가 주관해오던 장례를 병원에 뺏긴 측면이 있다”면서 “병원과 장례사에 의해 허겁지겁 치르는 장례가 아니라 가족끼리 충분히 애도하고 치유하는 시간을 보장하는, 허례허식 없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목사가 2년 전 이른바 ‘오적 사건’으로 비판을 받은 게 목회에선 전화위복이 됐다. 당시 그는 페이스북에 ‘한국교회의 오적’으로 드럼, 대형스크린, 복창기도, 단체급식하듯 나누어 주는 성찬식, 무개념 복식(服飾) 등을 지목했다. 그의 말대로 송 목사는 이 다섯 가지를 삼간다고 한다.
초보 담임인 그는 “매주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목회는 예술이더라. 무조건 일선 목사님들을 존경하게 됐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에게 하이패밀리와 청란교회 사역은 통합돼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도 소개했다.
“저는 은퇴 준비할 시기에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좌절하고 낙심한 일선 목회자들에게 계란도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역사회도 섬기고 싶어요. 양평군에 탈북자들이 많이 삽니다. 양평을 거꾸로 하면 평양인데요. 통일운동의 중요한 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한 상징으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대포를 재활용한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해 평화의 음악을 울리게 하고 싶어요. 이사야서 2장 4절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라는 말씀처럼이요.”
양평=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