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으로 활동했던 이자스민(사진) 전 의원의 파격적인 정의당 입당은 심상정 대표의 작품이다. 과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함께 일하며 이 전 의원과 인연을 맺은 심 대표가 최근 이 전 의원을 직접 접촉해 입당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관계자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입당을 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아직은 당 차원에서 논의된 것이 아니고 이 전 의원 측과 심 대표 간에 상의만 된 상태”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당직 인선이 정리되는 대로 이 전 의원 영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다문화 1호 국회의원’으로서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정책 활동에 주력해 왔던 만큼 다문화 분야 정책위원장 등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심 대표와 이 전 의원은 19대 국회 환노위에서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았다. 정의당 관계자는 “당시에 심 대표가 초선 비례대표였던 이 전 의원에게 ‘열심히 하라’며 격려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둘이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한국당 당적이었지만 당의 다문화 정책에 회의감을 느껴 왔던 이 전 의원이 심 대표의 끈질긴 설득 끝에 정의당에 진정성을 느끼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 전 의원 영입으로 정의당은 ‘이주민 어젠다’를 선점하게 됐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200만명이 넘는다. 거대 양당에서는 뒤늦게 후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당 관계자는 “서울시당에서 이 전 의원에게 탈당 사유를 물었는데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섭섭한 일”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전 의원의 정의당 입당은 굉장히 아픈 일”이라며 “난민 문제가 국민적 공분을 샀던 지난해 난민 정책 홍보 실패로 한국당이 다문화가정에 척을 지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이는 뼈아픈 과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금태섭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우리 민주당이 먼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소수자를 대표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진보적 가치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어젠다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금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국민부터 잘 챙기자’라는 의견들이 있는데 이자스민은 귀화한 우리 국민이다. 이자스민의 자녀들도 마찬가지”라며 “이주민 문제는 굉장히 큰 이슈이고, 이주민들은 여전히 사회적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당도 다문화가정 등 소수자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정당에서 진보 정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이 19대 국회에 입성한 뒤 미디어오늘과 가진 인터뷰에는 당시 새누리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나온다. 이 전 의원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모든 당에 이력서를 넣었다. 민주당에 당연히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민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만 비례대표 제안이 왔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야당 의원들이 ‘이자스민을 잡았어야 했는데 그게 미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더라”고도 했다.
이가현 김용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