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해상에서 7명을 태운 채 추락한 소방헬기가 사고 사흘 만에 처참한 모습으로 인양됐다. 하지만 헬기 안에서 발견될 것으로 예상한 추가 실종자 시신은 나오지 않았다. 수색 당국이 인양 중 잃어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인양작업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은 가슴을 쳤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3일 오후 2시4분쯤 사고 헬기 동체를 해군 청해진함 갑판 위로 인양했다고 밝혔다. 추락사고 약 62시간 만에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헬기 동체는 조종석과 꼬리 날개 부분이 떨어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해경은 지난 2일 무인잠수정 확인 결과 헬기 동체 밖에서 시신 2구, 안에서 1구 등 모두 3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곧장 동체 밖 시신 2구를 수습했고, 동체 내 1구를 추가 수습할 순서였다. 심해잠수사와 무인잠수정으로 동체 내 시신을 수습하려 했지만 진입로가 너무 좁았다.
당국은 ‘선 인양, 후 수습’으로 방침을 바꿨다. 해경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바닷속 동체 안에 실종자 발로 추정되는 물체를 확인했다며 추가 수습을 자신했다. 하지만 인양된 동체 안에선 추가 시신이 나오지 않았다.
동체 내 시신은 파손된 기체 일부와 함께 인양 중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 관계자는 “동체 주위에 유실 방지 그물망을 이중으로 설치했지만 떨어져 나가는 기체 일부와 내부 장비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헬기 동체 인양 위치 인근에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기상여건이 나아지면 해당 위치 주변을 철저히 수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해경 안팎에선 “인양을 서두르다 일을 그르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해경은 남은 실종자 수색에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이날은 야간까지 해상수색을 벌였다. 기체 발견 지점 반경 2900여㎢를 6개 구역으로 나눠 광범위하게 살폈다.
낮에는 함정 15척과 항공기 5대, 밤에는 해경함정 4척과 해군함정 3척, 관공선 2척, 민간어선 3척, 항공기 4대, 조명탄 300발이 투입됐다.
이날 수중수색은 기상 악화로 잠정 중단됐다. 기상이 호전되면 해군·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무인잠수정, 잠수장비, 해저지형 자료 등을 총투입해 수중수색을 재개한다.
사고 헬기는 지난달 31일 오후 11시26분쯤 독도 인근 해상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응급환자를 태운 뒤 이송하다 추락했다.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EC225 모델이었던 헬기는 이륙 2∼3분 만에 주변 200~300m 지점 바다로 추락했다. 헬기에는 소방대원 5명과 응급환자 1명, 보호자 1명 등 7명이 타고 있었다.
헬기 동체는 해저 78m 지점에 거꾸로 처박혔다. 수색 당국은 동체 밖 100여m 떨어진 헬기 꼬리 쪽에서 남성 시신 2구를 먼저 발견해 수습했다. 대구 동산병원에서 신원을 확인한 결과 2구 중 1구는 서정용(45) 소방헬기 정비실장이었다.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유가족들에게도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습된 시신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DNA) 분석 결과는 4일 나올 예정이다.
동산병원 장례식장은 평소보다 무거운 분위기였다. 장례식장 복도 밖으로 간간이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아직 시신이 모두 수습되지 않은 데다 희생자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슬픔보다는 긴장감이 짙었다.
건져 올린 헬기는 포항항으로 이동 후 사고 조사를 위해 김포공항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이에 사고 원인 규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동해=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