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급격한 기술 혁명과 대외적 경제여건 악화 속에서 기업의 미래전략으로 ‘사회와 동행’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착한 기업이 되겠다’는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다. 기업의 능력만으로 혁신이나 성장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사회 구성원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3일 SK에 따르면 최태원 SK 회장은 1일부터 사흘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와 베이징대 등에서 열린 ‘베이징포럼 2019’에 참석해 “SK의 (사회적 가치를 위한) 노력이 많은 기업과 펀드 등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고, 사회적 가치 경영이 지속 가능한 기업 성장의 토대가 된다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6회째인 베이징포럼은 SK가 설립한 장학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이 베이징대와 함께 주최하는 국제학술포럼이다.
최 회장은 개막연설에서 SK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 창출의 성과, 사회적 가치 측정을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그는 “SK가 지난해 280억 달러의 세전이익을 얻는 동안 150억 달러 규모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이는 1달러를 버는 동안 53센트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셈”이라며 “아직 측정 과정이 완벽하지 않고, 달러당 53센트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 충분하지 않지만 쉼 없이 개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여러 지정학적 이슈들이 전례 없는 리스크를 만들고 있다”며 “오늘날 소셜미디어, 인공지능, 머신 러닝 같은 첨단 기술들의 급속한 변화 역시 인류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들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두 가지 도전은 경제에 혼란을 초래하고, 사회안전과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글로벌 차원의 집단지성 발휘와 공동 행동, 도전과 혁신 등을 해결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1일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0년이 도전과 성공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50년은 상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며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사회적 가치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 기존 성장모델의 한계를 겪으면서 사회의 발전 없이는 기업의 성장도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글로벌 식품회사 네슬레는 2006년부터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 종전의 네슬레는 제3세계 노동 착취 등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는 기업이었지만 점차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들의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보다 적극적인 개념으로 해석된다. 과거의 CSR 활동은 기업 이미지 제고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수익 증대를 목표로 했다. 반면 사회적 가치 창출은 환경, 상생 등 거대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정부, 시민뿐만 아니라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구글은 자연재해로 인한 대규모 피해를 막기 위해 자사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홍수·지진 예측 정보 서비스를 구글 지도에 추가했다.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인 바스프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등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