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독립 다시 추진… 영국에 주민투표 승인 요구

입력 2019-11-04 04:09
2일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시위에서 연설하는 니컬라 스터전 자치정부 수반. EPA연합뉴스

스코틀랜드가 다음 달 영국의 조기 총선을 앞두고 독립 재추진 의사를 공식 표명하면서 영국 정치권에 또다시 격랑이 예상된다.

BBC 등 영국 언론은 2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자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당수인 니컬라 스터전이 분리독립 요구 시위에 연설자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글래스고에서 열린 이날 시위 연설에서 그는 다음 달 12일 조기 총선 지지를 호소했다. 스터전이 분리독립 요구 집회에서 연설한 것은 2014년 주민투표 실시 이후 처음이다.

그는 연설에서 “이제 스코틀랜드가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때이며 독립국가가 돼야 할 때”라면서 내년에 독립의 찬반을 묻는 제2의 주민투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스코틀랜드법 30조에 따라 영국 정부에 올해 성탄절 전까지 분리독립 찬반투표 발의 권한을 스코틀랜드 자치의회로 이양하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법 30조는 스코틀랜드 자치의회가 구속력 있는 독립 주민투표를 하는 데 필요한 법적 절차다. 스코틀랜드에서 법적으로 유효한 독립 주민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영국 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스터전 수반은 이번 총선을 제2의 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위한 전초전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의 운명이 이번 선거에 달렸다”면서 “선거에서 주어질 독립이라는 ‘상’을 거머쥐자”고 촉구했다.

300년 이상 영국의 일부로 남아있는 스코틀랜드는 2014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했지만 독립 반대 55.3%로 부결됐다. 하지만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하면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지지자들은 제2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요구해 왔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상황이 달라진 만큼 제2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62%가 EU 잔류를 택했고 이에 따라 스코틀랜드 의회는 EU 잔류를 위해 2017년 3월에도 독립 주민투표 승인을 요청하는 발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전달받은 테리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는 주민투표 승인을 거부했다.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재추진에 대해 영국 정치권은 여야 구분 없이 모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집권여당에 맞설 때 SNP와 힘을 합해온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제2 주민투표는 바람직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스코틀랜드 의회의 보수당 소속 애니 웰스 의원은 “일상의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스터전이 민족주의 진영의 세몰이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