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최혜진(20)이 데뷔 2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정복했다. 다승왕과 대상 수상을 확정한 데 이어 상금왕과 타수왕도 유력함에 따라 개인상 싹쓸이가 눈앞에 놓였다. 바야흐로 KLPGA에 최혜진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최혜진은 3일 제주도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파72·6659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 단독 2위 임희정(12언더파 276타)을 3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 6월 맥콜·용평리조트오픈 우승 이후 4개월 만에 시즌 5승을 달성했다.
최혜진은 15번 홀(파4)에서 5m짜리 버디 퍼트를 잡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파 세이브로 마무리하고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최혜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너무나도 기다린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많이 준비했고 결과를 냈다”며 “오랫동안 지켰던 상금 랭킹 1위를 한때 빼앗겨 신경도 쓰였지만, 타이틀만이 중요하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혜진은 18번 홀에서 손가락 다섯 개를 펼치고 사진을 촬영해 5승을 자축하기도 했다.
최혜진의 5승은 올 시즌 최다승이다. 최혜진은 이번 우승으로 다승 부문 단독 2위인 ‘슈퍼 루키’ 임희정(3승)의 추격을 완전하게 뿌리쳤다. KLPGA에서 5승 이상 달성한 것은 2016년 박성현(7승)에 이어 3년 만이다.
최혜진은 대상 수상도 확정했다. 이날 60점을 추가한 최혜진의 대상 포인트는 564점으로 늘어났다. 2위 박민지와 격차를 109점으로 벌리며 최혜진은 데뷔 시즌인 지난해부터 2년 연속으로 KLPGA 투어 대상 수상자로 확정됐다. 시즌 최종전인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 포인트는 50점이라 역전이 불가능하다. 시상식은 오는 19일에 열린다.
이제 최혜진이 도전할 타이틀은 두 개. 상금왕과 타수왕이다. 최혜진은 이날 우승 상금 1억6000만원을 추가했다. 시즌 누적액은 12억314만2636원으로 늘어났다. 상금 랭킹 2위 장하나(11억4572만3636원)를 약 5700만원 차이로 앞지르고 있다. 장하나가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도 최혜진은 3위 이하로 밀리지 않으면 상금왕을 확정한다. 현재 자력으로 상금왕을 노릴 수 있는 선수는 최혜진이 유일하다.
최혜진의 평균 타수는 70.3666타로 줄었다. 부동의 단독 1위다. 2위 장하나(70.5129타)를 약 0.15타 차이로 앞서고 있다. 큰 실수만 저지르지 않으면 타수왕도 최혜진의 몫이다.
최혜진은 2017년 8월 KLPGA로 입회한 뒤 지난해를 루키 시즌으로 보냈다. 프로 생활 2년 만에 개인상 전관왕을 노릴 정도의 입지로 올라섰다. 이제 한국 필드가 비좁다. 일각에서는 최혜진의 LPGA 투어 진출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조아연은 이날 신인왕을 확정했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하고 공동 5위에 올랐다. 데뷔 시즌 2승을 기록하고 있다. 조아연과 경쟁한 임희정은 시즌 3승으로 승은 더 많았지만 톱10 진입, 컷탈락 등을 고려한 포인트 누적 수치에서 조아연에게 밀려 아쉽게 타이틀을 내줬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