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악의적 범죄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해야

입력 2019-11-04 04:03
경찰이 최근 BMW 본사 및 BMW코리아 등 법인 2곳과 임직원 등 8명을 차량 결함을 은폐한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국토교통부 민·관합동조사단도 지난해 12월 최종 조사결과 발표에서 ‘BMW가 2015년부터 차량 결함을 인지하고도 은폐·축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이 남아 있지만 국토부와 경찰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은폐 의혹의 개연성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 BMW는 지난해 7월 차량 화재가 전국에서 속출하자 ‘2016년부터 유럽에서 비슷한 엔진 사고가 있어 원인 규명을 위해 실험해왔는데 최근에야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회사 측이 차량 결함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BMW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속출하자 10만대가 넘는 차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지만 최근에도 수도권에서만 5건 등 화재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차량 화재사고는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차량 결함을 알고도 은폐하거나 소비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심각한 범죄다.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과실이라도 책임이 적지 않은데 고의로 그랬다면 엄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악의적인 불법 행위의 반복을 막고 다른 기업들도 유사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기업 경영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고의로 범한 불법 행위까지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 악의적 범죄에 대해서는 실제 피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확대하고 배상한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후 개인정보보호법, 제조물책임법, 환경보건법 등 10여개 법률로 확대됐지만 입증 책임이 까다롭고, 배상액이 실제 손해액의 3배 이내로 한정돼 있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함 은폐·축소 시 과징금 상향 및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자동차 업계 반발로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의 범죄는 가중처벌로 엄단해야 한다. 국회는 적극적으로 입법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