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월 보릿고개 맞은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분위기 ‘당기고’ 코리아세일페스타 ‘늦추고’

입력 2019-11-04 04:08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 개막 후 첫 일요일인 3일 세일 안내 표시가 곳곳에 붙어 있는 서울 명동거리에 시민들이 북적이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시즌 행사에도 돌입해 코세페와 맞물리면서 유통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권현구 기자

직장인 A씨(29)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에 들렀다가 다소 이른 연말 분위기를 감지했다. 카페에선 벌써 캐럴이 흘러나오고 크리스마스 시즌 특별 메뉴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고작 하루 전까지 핼러윈 분장을 한 시민들이 거리를 오갔는데, 하루아침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온 것이다. A씨는 “올해 핼러윈이 유난히 떠들썩하다 싶었는데 벌써 크리스마스라니 어쩐지 얼떨떨하다”며 “준비 없이 갑자기 연말을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판촉행사가 11월에 열리는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와 중국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겹치면서 유통업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유통업계가 10월 내내 진행된 핼러윈 행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을 시작으로 대표적인 비수기인 10~11월 ‘보릿고개’에 맞서는 모양새다.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 단지 전체에 대형 디지털 트리를 설치하고 멀티미디어 쇼를 펼친다고 3일 밝혔다. 14m 높이의 트리 상단에 대형 스와로브스키 별을 장식하고 LED조명 수천 개를 설치하는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한화갤러리아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세계적인 유리공예 예술가 이지용 작가의 작품을 국내 최초로 전시·판매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 작가의 작품 전시는 갤러리아명품관에서 열린다. 갤러리아는 앞서 압구정동 명품관을 크리스마스 관련 조형물과 외관 인테리어로 꾸미며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 시작을 알렸었다.

그동안 11월은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비수기였다. 추석이 끝난 후 크리스마스·연말 특수가 시작될 때까지 소비를 진작할 만한 요인이 딱히 없었던 탓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앞당기는 것이 11월 판촉에는 훨씬 유리하다”며 “게다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비한 디스플레이 비용을 생각하면 11월부터 2월까지 시즌을 이끌어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면 코세페는 예년보다 한 달 늦게 열린다. 2014년 탄생 후 5년 만에 처음으로 11월에 열리면서 중국의 광군제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행사와 정면 대결한다. 코세페는 다소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비판 속에서도 백화점업계와 편의점, 이커머스 업계 등에서 650여 기업의 참여를 끌어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0일까지 압구정본점 등 전국 15개 점포에서 코리아 현대 페스타를 테마로 200여개의 대형 행사를 열기로 했다. 특히 롯데그룹은 유통 계열사를 총동원해 1조원 규모의 품목을 풀기로 했다. 여기에 면세업계를 중심으로 중국 광군제 준비도 본격화하고 있다.

코세페가 빠져나간 10월은 핼러윈 행사가 책임졌다. 최근 몇 년 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핼러윈 행사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업계도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식음료 업체에서 관련 상품들을 쏟아냈다. 식음료 업계의 10월은 온갖 기념상품이 쏟아지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방불케 했다.

다만 매년 11월 업계의 숨통을 틔워줬던 ‘빼빼로데이’(11일)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다소 조용히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빼빼로를 비롯한 여러 막대 과자가 불매운동 대상으로 거론되자 판촉행사를 여는 게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입 수학능력시험일(14일)이 빼빼로데이와 비슷한 시기에 열리면서 분위기가 차분해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