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정책의 틀 새롭게 짜라

입력 2019-11-04 04:02
오는 9일이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와 관련해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분야는 물을 것도 없이 경제다. 수출 투자 소비 고용 등 모든 주요 지표가 악화일로다. 지난해보다 올해가, 전달보다 이번 달이 더 나쁜 게 확연하다. 그 정도로 추락 속도가 가파르다. 10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7% 감소했다. 2016년 1월(-19.6%)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악의 수출 쇼크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수출 마이너스 행진이 11개월째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내림세다.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기 대비 0.1%에 그쳤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해인 2017년 경제성장률은 3.1%였다. 2년 후인 올해는 1%대가 확실시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성장률을 1.8%, 내년은 1.9%로 최근 전망했다. 2년 연속 1%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단기 성장률 등락보다 무서운 것은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의 추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일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7%로 추산했다. 2년 만에 0.4% 포인트 떨어졌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은 이미 2019~20년 잠재성장률을 2.5~2.6%로 추정하는 등 OECD보다 낮춰 잡고 있다. 일부 민간 경제연구소는 내부적으로 2%대 초반으로 본다. 정부는 경제 난국을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 요인 탓으로 돌리지만, 이것은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포기하다시피 하고 해외로의 공장 이전에 너나없이 나선 데는 주52시간제와 정규직 고용 강요 등 기업 현실을 외면한 정책의 영향이 컸다. 잠재성장률의 급격한 하락은 무리한 소득주도성장 시행을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된다.

장병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최근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제출하면서 “기업들이 갈림길에 섰는데, 정부가 일할 권리를 빼앗는다”면서 주52시간 근로제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 형태의 다양성을 허용하는 노동제도와 교육의 혁신을 주장했다. 근본적인 정책 전환 없이 모호한 수사로 넘기기에는 현실이 너무 급박하다. 임기 후반기를 위한 새로운 경제정책의 틀을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