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반대 의견 귀 기울인 박원순 시장

입력 2019-11-04 04:08
박원순 서울시장이 3일 서울 종로구청 강당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지역주민 현장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광화문광장을 새로 조성하려면 시위대책부터 세워라. 주민피해를 보상한다면 반대할 이유 없다.” “교통대란, 공기오염, 소음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있는지 모르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광장 주변 주민들과 만난 현장토론회에선 여러 불만이 여과없이 터져 나왔다. 서울시가 그동안 시민 여론을 수렴해왔다고 하지만 주민들 불신은 깊었다.

종로구 삼청동 주민 A씨(여)는 “모든 사람이 광화문광장에만 머무르고 빠져나가면서 블랙홀이 됐다”며 “삼청동은 주말 장사를 하는 곳인데 토요일 집회로 삼청동에 오기가 힘들어 유입인구가 사라졌다”고 했다.

전문가와 관 주도의 사업 추진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주민 B씨는 “너무 짧은 시간에 공무원, 전문가들 구상대로만 사업을 추진했다”며 “주민 의견을 반영해서 지역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D씨는 “전문가들이 프로그램 다 짜놓고 형식적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왜 필요한가’하는 식의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질타했다.

광장 주변 거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박원순 서울시장. 토론회는 3시간의 열띤 찬반 논의 끝에 참석자들의 박수로 마무리됐다. 서울시 제공

박 시장이 직접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현장소통’ 의지를 평가하는 주민도 있었다. 박 시장은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도 있고 조금만 신경쓰면 해결될 일도 있다. 광화문광장을 근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서촌 통인시장에서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직동 주민과 대화시간을 가졌다. 허명자 파크팰리스 입주자 대표는 “광장을 새로 꾸미면 교통은 어떻게 해결하나. 차를 우회시키면 교통대란 때문에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경희궁 아침’에 거주하는 주민은 “교통량이 많아지고 이면도로에 집중돼 공기오염이 심각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광장을 확장하지 말고 있는 거나 숲으로 바꿔라. 공기도 좋고 소음도 줄어들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박 시장은 “차도를 줄여 나무를 심고 일부는 공원으로 해볼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서울로 7017’ 만들때 얼마나 반대가 많았나. 그런데 지금은 뉴욕타임스가 반드시 가봐야 할 곳 100대 리스트에 포함시켰다.서울시는 주민 의견을 들어서 최상의 상태로 발전시켜왔다”고 했다.

박 시장은 3일에도 청운효자동과 부암동, 평창동을 차례로 방문해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이어 종로구청 강당에서 이틀간 현장에서 나온 쟁점을 중심으로 합동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합동토론회는 시간제한 없는 끝장토론으로 진행됐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