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준엽] 자율주행도 처벌할 건가

입력 2019-11-04 04:03

검찰이 타다를 사실상 ‘유사 택시’로 간주하고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위반으로 기소한 걸 보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으로 차량공유서비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근본적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만 바라보고 판단했다는 생각에서다.

차량공유서비스는 자율주행차와 한묶음으로 봐야 하는 미래상이다. 지금처럼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통신망 등을 통해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세상이 되면 자동차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한다. 무엇보다 개인마다 자기 차를 소유하는 일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더 이상 소유하는 자산이 아니라 사용하는 서비스가 된다. 그렇다면 그 서비스의 주체는 누가 될까. 지금처럼 자동차 회사가 될지, 우버 같은 차량공유서비스 업체가 될지, 기존 택시가 될지 모른다.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차 개발뿐만 아니라 차량공유서비스에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를 미리 준비하자는 것이다.

서비스로서 자동차가 완성되려면 한 가지 단서가 붙는다. 지금처럼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자동차를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개인의 자동차 사용 패턴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원할 때 자동차를 준비해야 한다. 30대 직장인 A씨가 평일에는 언제 차를 타는지, 40대 주부 B씨는 어디를 자주 가는지, 20대 대학생 C씨는 주말에 언제 차가 필요한지 등 연령, 성별, 직업 등을 세분화해 차량 사용에 대한 ‘빅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 것이다.

우버, 리프트, 그랩 등 전 세계 주요 차량공유서비스가 지금 서비스하는 형태는 택시와 비슷해 보일 수 있어도 이들이 본질적으로 하고 있는 건 데이터를 쌓고, AI 알고리즘으로 차량 배차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막상 자율주행차가 도로에 등장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둘러싼 싸움은 시작 단계를 넘어 이미 속도전 양상으로 접어든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년 전에 만든 법으로 불법과 합법을 구분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엄밀히 말해 타다는 택시와의 경쟁을 위해 서비스를 시작한 게 아니다. 그동안 택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누적된 불만이 타다를 선택하는 것으로 표출된 것뿐이다.

그렇다고 타다에 면책특권을 주자는 건 아니다. 택시의 생존권을 둘러싼 갈등은 현실적인 문제다. 하지만 적어도 타다 같은 새로운 사업의 존재는 인정하면서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진 게 현실이다. 미국, 중국만큼 AI에 투자할 여력도 인재도 부족하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스타트업 기업인들에게 박수는 쳐주지 못할 망정 발목을 잡는 건 지나친 처사다.

지금 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자율주행차 자체도 불법으로 간주할 수 있다. 현재 법대로라면 사람이 운전을 하는 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데,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없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43조는 ‘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하거나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경우에는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같은 법 80조는 운전면허 발급 대상을 ‘자동차 등을 운전하려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차는 불법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때도 법을 그대로 적용할까? 새로운 시대가 왔으니 법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타다를 둘러싼 갈등도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마태복음 9장 17절에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부대에 넣으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고 설명한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바람직한 해법은 새 포도주가 나왔으니 새로운 부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래야 둘 다 보전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전향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때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