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박원곤] 문재인정부의 전작권 전환

입력 2019-11-04 04:04

문재인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우려를 감출 수 없다. 한·미가 처음으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것은 노무현정부 때다.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통제도 한 개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놔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꺼드럭거리고 말았다는 얘기입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일갈하면서 전작권 전환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시기 안보 공백 우려가 강하게 제기돼 2015년 12월로 연기됐다가 박근혜정부 때 시기를 명시하지 않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으로 바뀌었다.

문재인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공표했으나 정부 출범 후 ‘조기 환수’로 조정했다. 더불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의 원칙도 2017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후 작년 50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재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는 중에도 문재인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홈페이지에 있는 전환 조건은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국군이 초기 필수 대응능력을 구비하고 △미국은 확장억제 수단 및 전략자산을 제공·운용하며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 환경을 관리하는 것이다.

첫 번째 조건인 한국군 주도의 연합 방위체제에 대한 기본운용능력(IOC)의 경우 2019년 후반기 평가에 나섰으나 한·미 간 이견이 도출됐다. 미국은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는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작전지시가 가능하다는 반면 한국은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연합사가 작전권을 전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조건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 대응능력도 북한의 신형 미사일 개발 및 배치로 약화됐다. 문재인정부는 여전히 북한이 5월에 발사한 미사일의 제원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기존의 한국 또는 한·미 미사일 방어체제를 거의 무력화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급임이 분명하다. 한국의 미사일 능력이 북한보다 우세하다는 최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국회 발언에 동의하나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 한국의 북한 미사일 초기 필수 대응능력은 대등한 능력을 보유해 서로 간의 ‘공포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닌 북한의 미사일을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와 미국의 사드 등으로 ‘방어’하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신형 미사일은 핵을 탑재할 수 있으나 한국은 핵이 없다.

마지막 조건인 미국의 확장억제 수단 및 전략자산 제공도 담보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은 지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확장억제를 실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의 영구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여기에 호응하듯 연일 한·미 연합훈련을 “완전한 돈낭비”라 한다. ‘한반도 및 지역 안보 환경’도 오히려 악화돼 ‘관리’를 못하고 있다.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는 진전되지 않고 지난 6월 러시아의 한국 영공 침공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의 KADIZ 비행이 빈번히 이뤄지며 한·일 간 지소미아 폐기를 앞두고 있는 등 안보 환경은 악화일로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정부 관계자들은 전작권 전환을 한국의 국격과 군사주권을 고려해 추진해야 하고 조건은 어차피 ‘정치적인 것’이므로 임기 내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흘린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라는 껍데기를 공식적으로 포기하고 대국민 설득에 나서는 것이 정직한 행보다. ‘우리 민족끼리’라는 편협한 민족주의에 기반한 전환이 아니라 안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합리성에 기초한 전환임을 설득할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