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미사일 방어체계 제대로 갖췄나

입력 2019-11-02 04:01
북한이 지난달 31일 두 차례의 초대형방사포 시험 사격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연속사격 체계의 안전성 검열을 통해 초대형방사포 무기체계의 전투적 성능과 실전 능력 완벽성이 확증됐다”며 “기습적 타격으로 적의 집단목표나 지정된 목표구역을 초강력으로 초토화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새로 개발된 전술유도무기들”이라고 강조함에 따라 지난 5월부터 집중 발사실험에 나선 ‘신형 단거리 4종 세트’는 완성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들 무기의 실전 배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발사한 초대형방사포의 사거리는 370여㎞로 나타났다. 한반도 남쪽의 길이가 390㎞이다. 지난 5월에 시험발사한 전술유도무기들의 사거리는 500㎞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4종무기세트는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한반도 남쪽을 겨냥한 무기임이 명백하다.

북한은 지난 5월 이후 12차례나 단거리 미사일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했다. 북한은 방사포라고 주장하며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명백한 유엔제재 위반이며,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다. 남북관계는 아랑곳없이 자신의 스케줄과 계산대로 시험 발사를 해대며 무기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남북대화나 문재인정부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안보 위협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정부의 대북 자세는 옳지 않다. 대화의 창은 열어놓지만 도발에는 엄중하게,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니 늘 북한에 얕잡아 보이고, 국가원수가 모독 당하고, 저자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북한의 ‘신종 단거리 4종세트’ 완성에 따라 우리의 방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추진해오던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 등 3축체계 구축은 문재인정부 들어 남북관계 진전 등을 이유로 뒷전으로 밀렸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 능력 고도화는 한반도 상황을 또다른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북한이 저렇게 예측불가능성을 높이며 도발하는데 강력한 억제력을 갖추지 못하면 한반도 평화나 비핵화는 헛된 구호가 될 수 있다. 효율적 대화를 위해서도 강력한 억제력 확보는 필수다. 북한이 미국에는 새로운 계산법을 주장하는 등 대화를 위한 압박 전술을 펼치면서도, 한국에는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현실인데도 비핵화 기대감을 계속 내보이는 건 매우 비현실적이다.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는 꼴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3축체계 조기 구축을 포함해 강력한 대북 억제력 확보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