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물가’를 비롯한 소비자 체감 물가가 폭증세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열무, 오이 등 채소 가격부터 급등했다. 교통비 부담도 늘었다. 택시와 시내버스 요금이 상승세다. 아파트 관리비도 증가세다. 여기에 도시가스 난방비까지 늘어 부담을 더한다. 전·월세와 외식 가격이 감소했다지만 큰 폭의 감소라고 보기 힘들다. 물가가 하락한 품목 때문에 평균 소비자 물가가 떨어지는 ‘착시현상’이 벌어졌지만 서민의 지갑 사정은 여전히 허덕인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증감률은 전년동월 대비 0.0%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8월에도 전년동월 대비 0.0%(-0.038%)를 기록했다. 9월에는 -0.4%를 기록하며 더 떨어졌다. 지난달들어 회복세를 보였지만 3개월 연속 0%대 저물가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지표 상으로는 0%라지만 세부 품목을 들여다보면 소비자의 체감물가는 확연한 오름세다. 대표적인 게 배추와 열무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각각 66.0%, 88.6% 올랐다. 배추의 경우 지난 9월 세 차례 태풍과 잦은 비에 각종 병충해가 발생하며 생산량이 줄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김장 비용은 지난해보다 10% 정도 오를 전망이다.
교통비도 만만찮게 올랐다. 지난달 택시요금은 전년동월 대비 15.6%나 상승했다. 시내버스 요금도 4.4% 올랐다. 그나마 국제유가 하락에 휘발유, 경유, 자동차용 LPG 가격이 내려간 게 소비자의 지갑 사정을 일부 덜어냈다. 주택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도 오름세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비는 전년동월보다 4.9% 상승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비도 각각 3.6%, 3.3% 올랐다. 품목별 물가가 상승했는데도 평균 물가 상승률이 0.0%를 기록한 데는 전·월세 하락과 외식 감소, 국내외 여행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