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오후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쐈다.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3형’을 발사한 지 29일 만이다. 올해 들어 12번째 이뤄진 발사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후 4시35분쯤, 4시38분쯤 북한이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상(미확인)의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발사체의 최대 비행거리는 약 370㎞, 고도는 약 90㎞로 탐지했으며, 추가 제원은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북한이 날린 발사체는 지난 8월 24일과 9월 10일 시험발사했던 초대형 방사포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지난 8월 발사된 초대형 방사포는 이날 발사체와 비슷하게 정점고도 97㎞에 380여㎞를 비행했다. 발사 지역은 지난 9월 10일 초대형 방사포를 쐈던 평안남도 개천 지역으로부터 약 30㎞ 떨어진 평안남도 순천 일대다. 이곳에서 내륙 상공을 관통해 동해상 무인도를 때리도록 설정한 발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지난 9월 쐈던 초대형 방사포 중 1발은 동해 인근 내륙에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에 안정성 테스트를 하기 위해 초대형 방사포를 또 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북한 매체는 초대형 방사포 발사 다음 날인 9월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방사포의 연발사격 시험만 진행하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에 3분 간격으로 발사된 것으로 봤을 때 연발사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이나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미국의 전술 지대지미사일) 등 신형 미사일의 사거리 시험을 진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군 당국은 최근 북한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이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하고 추적·감시를 해왔다.
북한은 미국 워싱턴DC 시간으로는 31일 새벽 3시35분, 3시38분에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북한이 미국의 새벽잠을 깨우며 스스로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올해 말까지 ‘새로운 해법’을 가져오라는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을 향해선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는 남북 관계 개선도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모친상을 당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의문을 전달한 바로 다음 날 발사체를 날린 점도 주목된다. 최근 금강산 남측 관광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계기로 대화를 시도하는 한국에 분명한 거부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합참은 “북한의 행위는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진행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NSC는 (북한 발사의) 배경과 의도를 분석하는 한편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전반적인 군사안보 상황을 점검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또 “상임위원들은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한 상황을 점검하고,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의 이행과 우리 기업의 재산권 보호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북한 발사체는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일본 방위성이 발표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